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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이야기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0-04-07 조회수|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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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이야기는 어린 심청이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을 받고 뱃사람들에게 인제수로 팔려 바닷물에 빠지나, 옥황상제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와 황후가 되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심청 이야기가 어느 때에 판소리로 짜였는지는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영조ㆍ정조 무렵이 아닌가 추정된다. 효에 대한 이야기는 심청 이야기, <삼국사기>에 나오는 지은 처녀의 이야기, 인도의 전 동자 설화, 일본의 사요히메 이야기도 있음으로 보아 아시아에서 두루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심청가>는 예술성이 높기로는 <춘향가> 다음으로 평가되며, 슬픈 대목이 많아서 계면조로 된 슬픈 소리가 많다. 또한 아니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리에 능하지 않고는 <심청가>를 이끌어 가기가 매우 어렵다.

 

<심청가>는 이야기의 줄거리와 가락의 짜임새로 봐서

첫째ㆍ심청이 태어나는 대목부터 심청 어머니 출상하는 대목까지,

둘째ㆍ심봉사가 젖을 동냥하러 다니는 대목부터 몽은사 화주승에게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겠다고 하는 대목까지,

세째ㆍ심청이 후원에서 기도하는 대목부터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까지,

네째ㆍ심청이 용궁으로 들어가는 대목부터 황후가 되었으나 아버지를 만날 길이 없어서 탄식하는 대목까지,

다섯째ㆍ심 봉사가 맹인 잔치에 참예하려고 황성으로 가는 대목부터 눈을 뜨는 대목까지의 다섯 부분으로 가를 수 있다.

 

심청가 (沈淸歌)

(서창=곽씨부인 죽은 후 대목에서 심청이가 밥을 빌어 들어오는 대목까지)

 

<아니리>

옛날옛적 황주땅 도화동에 한 소경이 살았는데, 성(姓)은 심가(沈哥)요,이름은 학규(學奎)라. 누대(累代) 명문(名門)거족(巨族)으로 명성(名聲)이 자자터니, 가운(家運)이 불행(不幸)하여 삼십전(三十前)에 안맹(眼盲)하니, 뉘라서 받들소냐.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부인(郭氏婦人) 또한 현철(賢哲)하사 모르는 게 전혀 없고, 백집사(百執事) 가감(可堪)이라. 곽씨부인(郭氏婦人)이 품을 팔아, 봉사 가장(家長)을 받드는데,

 

<중중머리=평계면>

삯바느질 관대도복(冠帶道服) 행의(行衣) 창의 직령(直領)이며, 협수쾌자(夾袖快子) 중추막과, 남녀의복(男女衣服)의 잔누비질, 상침(上針)질. 갓끔질과, 외올뜨기 꽤땀이며, 고두누비 솔올이기, 망건뀜이 갓끈접기, 배자토수(褙子吐手) 버선 행전(行纏), 포대 허리띠, 댓님 줌치. 쌈지 약낭(藥囊), 필낭(筆囊) 휘양(揮陽),볼지 복건(僕巾), 풍채이며 천의(天衣) 주의(周衣) 갖은금침 베개 모, 쌍원앙(雙鴛鴦) 수(繡)도 놓고, 오색(五色) 모사(毛絲) 각대(角帶) 흉배(胸背) 학(鶴) 그리기, 궁초(宮稍) 공단(貢緞) 수주(繡紬), 선주(鮮紬), 낙능(落綾) 갑사(甲絲), 운문(雲紋) 토주(吐紬), 갑주(甲紬) 분주(紛紬) 표주(標紬) 명주(明紬), 생초(生稍) 통경 조포 북포(北布), 황주포 춘포(春布) 문포(紋布) 제초리며, 삼베 백저(白苧) 극상(極上) 세목(細木), 삯을 받고 말아 찧기, 청황(靑黃) 적흑(赤黑) 심향(沈香) 오색(五色) 각색(各色)으로 염색(染色)하기, 초상(初喪)난집의 원삼(圓衫) 제복(祭服), 혼장대사 음식(飮食) 숙정(熟政), 갖은 증편 중계(中桂) 약과, 박식산(薄食散) 과자(菓子) 다식(茶食) 정과(正果). 냉면(冷麵) 화채(花菜) 신선로(神仙爐),각색(各色)찬수(饌需) 약주(藥酒) 빚기, 수팔련 봉(鳳)오림, 패상하기, 괴임질을 잠시도 놀지 않고, 수족(手足)이 다 진(盡)토록, 품팔아 모일제, 품모아 돈을 짓고 돈 모아 양(兩) 만들어, 양(兩)을 지어 관(貫)돈 되니,일수(日收) 체계(遞計) 장이변(長利邊)을 이웃집 사람들께, 착실(着實)한 곳 빚을 주어 실수(失手)없이 받아들여, 춘추(春秋) 시향(時享) 봉제사(奉祭祀), 앞못보는 가장공경(家長恭敬), 시종(始終)이 여일(如一)하니, 상하일면(上下一面) 사람들이,

 

<아니리>

곽씨부인 어진 마음, 뉘 아니 칭찬(稱讚)하랴. 그때의 심봉사 사십(四十)이 장근(將近)토록, 슬하(膝下)일점(一點) 혈육(血肉)이 없어, 매일(每日) 부부 (夫婦)한탄(恨歎)할제, 곽씨부인(郭氏婦人) 그날부텀 공(功)을 드리는데,

 

<중머리=평계면>

품팔아 모인 재물(財物), 온갖공을 다드릴제, 명산대찰(名山大刹) 영신당(靈神堂)과 고묘총사(古廟叢祠) 성황당(城隍堂), 석불(石佛) 미륵(彌勒) 서 계신데, 허유허유 다니면서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시주(引燈施主), 창호시주(窓戶施主) 제왕불공(帝王佛供), 칠성불공(七星佛供), 나한불공(羅漢佛供), 가지가지 다 하오니, 공(功)든 탑(塔)이 무너지며, 신든 낭기(나무) 꺽어지랴.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瑞氣) 반공(半空)하고 오채(五彩) 영롱(玲瓏)터니, 하늘의 선녀(仙女) 하나, 옥경 (玉京)으로 내려올제, 머리에 화관(花冠)이요, 몸에는 원삼(圓衫)이라. 계화(桂花)가지 손에 들고, 부인전(夫人前) 배례(拜禮)하고, 곁에 와 앉는 모양, 뚜렷한 달정신이 산상(山上)에 솟았는듯, 남해관음(南海觀音)이 해중(海中)에 다시온듯, 심신(心身)이 황홀(恍惚)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仙女)의 고운 태도 (態度), 호치(皓齒)를 반(半)만 열고, 쇄옥성(灑玉聲)으로 말을 한다. 소녀(少女)는 서왕모(西王母) 딸일러니 반도진상(蟠桃進上)가는 길에, 옥진비자(玉眞婢子) 짬깐 만나, 수어(數語) 수작(酬酌) 하옵다가, 시각(時刻) 조끔 어긴고로, 상제(上帝)께 득죄(得罪)하야, 인간(人間)에 내치심에, 갈바를 모르더니, 태상노군(太上老君) 후토부인(后土夫人), 제불보살(諸佛菩薩) 석가(釋迦)님이, 댁(宅)으로 지시(指示)하여, 이리 찾아 왔아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품안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아니리>

양주(兩主) 몽사(夢事) 의논(議論)하니, 내외(內外) 꿈이 꼭 같은지라. 그날부터 태기(胎氣)가 있는데,

 

<중중머리=평조>

석부정(席不正) 부좌(不坐), 할부정(割不正) 불식(不食),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오색(目不視惡色), 입불비 와불측(臥不側), 십삭일(十朔日)이 찬 연후(然後)에, 하루는 해복기미(解腹氣味)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아이고 허리야. 심봉사 좋아라고, 일변은 반갑고 일변은 겁(怯)을 내어, 밖으로 우르르 나가더니, 짚 한 줌 쑥쑥 추려, 정화수(淨華水) 새 소반(小盤)에 받쳐 놓고, 좌불안석(坐不安席), 급(急)한 마음, 순산(順産) 하기를 기다릴제, 향취(香臭) 가 진동(震動)하고, 채운(彩雲)이 드리더니, 혼미중(昏迷中) 탄생(誕生)하니, 선인옥녀(仙人玉女) 딸이라.

 

<아니리>

곽씨부인(郭氏婦人) 순산(順産)은 하였으나, 남녀간(男女間)에 무엇이요, 심봉사, 아이를 만져보아야 알겠소 하고, 아이를 위에서부터, 더듬 더듬 내려가다 거침새 없이 내려가것다. 아마도 마누라 같은 딸을 낳았나보오. 곽씨부인(郭氏婦人)이 서운히 여겨, 만득(晩得)으로 낳은 자식(子息), 딸이라니 원통(寃痛)하오. 마누라 그런 말 마오. 아들도 잘 못 두면, 욕급선영(辱及先榮) 할 것이요. 딸이라도 잘만 두면, 아들 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禮節) 문필(文筆) 잘 가르쳐, 침선(針線) 방적(紡績) 잘 시켜, 종(宗)사위 진진(秦晋)하면, 외손봉사(外孫奉祀)는 못 허리까. 그런말 마오. 심봉사,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三神床)에 받쳐놓고 비는데, 여늬 사람 같으면, 오직 조용히 빌렸마는, 앞 못 보는 맹생(盲生)이라, 삼신(三神) 제왕(帝王)님이 깜짝놀라 삼천리(三千里)나 도망가게 빌것다.

 

<중중머리=평조>

삼십삼천(三十三天) 도솔천, 신불제석(神佛帝釋) 삼신제왕(三神帝王)님네, 화우동심(和祐同心)하여 다 굽어 보옵소서, 사십후(四十後)에 낳은 자식(子息), 한 달 두 달 이슬 맺어, 석달에 피 어리고, 넉달에 인형(人形)삼겨 다섯달 오포(五包) 낳고, 여섯달 육점(六點) 삼겨, 일곱달 칠규 열려, 여덟달 사만팔 천(四萬八千), 털이 나고, 아홉달에 구규 열러, 열달만에 찬김 받아, 금강문(金剛門) 하달문(下達門), 고이 열어 순산(順産)하니, 삼신(三神)님 넓으신 덕택, 백골난망(白骨難忘) 잊으리까. 다만 독녀(獨女) 딸이오나,동방삭(東方朔)의 명(命)을 주고, 태임(太任)의 덕행(德行)이며, 대순증자(大舜曾子) 효행(孝行)이며, 길량(吉良)의 처 (妻) 절행(節行)이며, 반희(班姬)의 재질(才質)이며, 석숭(石崇)의 복(福)을 주어, 외 붙듯 달 붙듯, 잔병 없이 잘 가꾸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게 하옵소서.

 

<아니리>

빌기를 다한 후, 더운 국밥 다시 떠다, 산모(産母)를 먹인 후에, 여보 마누라, 이 아이 젖 좀 먹여주오. 그때 곽씨부인(郭氏婦人)은, 산후(産後)에 손대 없어, 찬물에 빨래를 하였든가, 뜻밖에 산후별증(産後別症)이 일어나는데,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사대삭신 육천마디가 아니아픈데 가 전혀 없네. 곽씨부인(郭氏婦人), 아무리 생각하여도, 더 살 길이 전혀 없는지라. 유언(遺言)을 하는데,

 

<진양조=진계면>

가군(家君)의 손길 잡고, 유언(遺言)하고 죽더니라. 아이고 여보 가군(家君)님, 내평생(平生)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家長)님을, 해로백년(偕老百年) 봉양(奉養)타가, 불행망세(不幸忘世) 당하오면, 초종장사(初終葬事) 마친후에, 뒤를 쫓아 죽자터니, 천명(天命)이 이뿐인지, 인연(因緣)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家長), 헌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朝夕恭待) 뉘랴하리.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의탁(依託)할 곳 전혀 없어, 지팡막대 흐터집고, 더듬 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에 채어 넘어져서, 신세(身世) 자탄(自歎) 우는모양, 내 눈으로 본 듯하고. 기갈(飢渴)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家家門前) 다니시며, 밥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錚錚) 들이는듯. 나 죽은 혼백(魂魄)인들 차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神功)드려, 사십후(四十後)에 낳은 자식, 젖 한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말이 웬말이요.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은, 눈물 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여보시오 가군님. 뒷마을 귀덕(貴德)어미, 정친(情親)하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 하면, 괄시 아니 하오리다. 저 자식이 죽지 않고, 제발로 걷거들랑, 앞을 세워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 오셔, 모녀상면(母女相面)을 하여주오. 할 말은 무궁하나, 숨이 가뻐서 못 하겠소.

 

<중머리=진계면>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淸)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려 지은 굴레, 오색비단(五色緋緞) 금자(金字)박어, 진옥(眞玉)판 홍사(紅絲)수실, 진주(眞珠)느림 부전 달아, 신행함(新行函)에 넣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라에서 하사(下賜)하신, 크나큰 은(銀) 돈 한푼, 수복강녕(壽福康寧) 태평안락(泰平安樂),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紅氈) 교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 끼던 옥지환(玉指環)이, 손에 적어 못 끼기로, 농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끼워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어,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대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천지(天地)도 무심(無心)하고, 귀신 (鬼神)도 야속하구나. 네가 진즉 섬기거나, 내가 조금 더살거나, 너 낳자 나 죽어니, 가이없는 궁천지통(窮天之痛)을 너로 하여금 품게되니, 죽는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生死間)에 무슨 죄(罪)냐, 내 젖 망종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지어 부는 바람, 삽삽비풍(颯颯悲風) 되어 불고, 눔물 맺쳐 오는 비는 소소세우(蕭蕭細雨) 되었어라. 포깍질(딸꾹질) 두 세번에, 숨이 더럭 지는구나.

 

<아니리>

그때의 심봉사, 아무런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病)든다고, 다죽을까. 내 의가(醫家)에가, 약(藥)지어 올테니, 부디 안심하오. 심봉사 약(藥)을 얼른 지어와, 수일승 전반(煎盤) 위에 얼른 다려, 짜들고 방으로 들어와, 여보 마누라, 이약 자시면, 즉효(卽效)한다 하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할리 있겠느야. 그제야 심봉사, 의심이 나서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려고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김나니, 그제야, 죽은줄 알고, 실성발광(失性發狂)을 하는데, 서름도 어지간해야, 눈물도 나고, 울음도 나지, 워낙 아람이 차나노면, 뛰고 미치는 법이였다.

 

<중중머리=진계면>

심봉사 기절하여 떴다 절컥 주저 앉으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 내던지며,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약지러 갔다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활인(藥能活人)이요,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지러도 가지말고, 마누라 곁에 앉아, 서천서역(西天西域) 연화세계(蓮花世界), 환생차(環生次)로 진언(眞言) 외고,염불(念佛)이나 하여줄껄, 절통하고 분하여라. 가슴 쾅쾅 두드려, 목재 비질을 덜컥, 내려 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冬至)섣달 설한 풍(雪寒風)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젖 먹여 길러낼꺼나. 꽃도 졌다 다시피고, 해도 졌다 돋것만은,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年) 어느때, 어느 시절에 돌아와. 삼천반도(三千蟠桃) 요지연(遙池宴)에, 서왕모(西王母)를 따라가. 황릉묘(黃陵墓) 이비(二妃)함께 회포(懷抱) 말을 하러가. 천상(天上)에 죄(罪)를 짓고, 공(功)을 닦으려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러져, 아이고 동내(洞內) 사람들, 차소위(此所謂) 계집 추는 놈은 미친 놈이라 하였으나, 현철(賢哲)하고 얌전한 우리 각씨가 죽었소. 방으로 더듬 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덜컥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才談)으로 이러나. 농담(弄談)으로 이러나. 실담(失談)으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요. 내 신세(身世)를 어쩌라고, 이 죽음이 웬 일인가.

 

<아니리>

동리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여보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 가면, 저 어린 자식은, 어찌하려오. 곽씨부인 어진 마음, 동리 남녀노소없이, 모여들어, 초종지례(草終之禮)를 마치는데, 곽씨시체 소방상(小方狀)댓돌 위에, 덩그렇게 모셔 놓고, 명정공포(銘旌功布) 삽선 등물, 좌우(左右)로 갈라 세우고, 거릿제를 지내는데, 영축기가(靈軸旣駕) 왕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陣遣禮) 영결종천(永訣終天) 관음보살(觀音菩薩).

 

<중머리=계면>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넘차 너와너, 북망산천(北邙山川)이 멀다더니, 저건너 안산(案山)이, 북망(北邙)이로다. 어허,넘처 너화너. 새벽 종달이 쉰길 떠, 서천명월(西天明月)이 다 밝아온다. 어허 넘차 너화너, 물가 가재는 뒷걸음을 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는데, 원산(遠山) 호랑이 술주정 하네 그려. 어 넘차 너화넘. 인정(人定)치고 파루(罷淚)를 치니, 각댁(各宅)하님이 개문(開門)을 하네그려. 어, 넘차 너화너. 어너 어너 어어으 넘차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의 심봉사는, 어린 아이를 강보(襁褓)에 싸서 귀덕어미에게 맡겨두고, 꼭 죽어도 굴관제복(屈冠制服)을 얻어 입고, 상부 뒷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나 하고 가세. 나하고 가세. 눈먼 가장(家長) 갓난 자식을 불고인정(不顧人情)을 버리시고, 영결종천(永訣終天) 하네그려,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에, 다리 아파 어이가리. 일침침(日沈沈) 월명명(月暝暝)에, 주점(酒店)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정분(情分), 나와 함께 가사이다. 상여(喪輿)는 그대로 나가면서, 어허 넘차 너화넘.

 

<중중머리=계면>

어허넘 어허넘,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여보소 친구네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 자네가 죽어도 이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길이로다. 어허 넘차 너화넘. 어너 어너 어으으 넘차. 어이가리 너화넘.

 

<아니리>

산천(山川)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安葬)한 후, 평토제(平土祭)를 지낼적에, 심봉사가 이십후(二十後), 안맹인(眼盲人)으로, 그전글이 또한 문장(文章)이라. 축문(祝文)을 지어 외는데, 「차호부인(嗟乎夫人) 차호부인(嗟乎夫人), 요차요조(邀此窈窕) 숙녀혜(淑女兮)요. 행불구혜(行不苟兮) 고인(古人)이라. 기백년지(幾百年之) 해로(偕老)터니 홀연몰혜(忽然沒兮) 언귀(焉歸)요, 유치자이(遺稚子而) 영서혜(永逝兮)여, 저걸 어이 길러내어, 누삼삼이(淚森森而) 칠금혜(漆襟兮)여, 진한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沈耿耿)이 소허하여, 살길이 바이없네.

 

<진양조=진계면>

주과포혜(酒菓哺醯) 박전(薄奠)하나, 만사(萬事)를 모두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북망산천(北邙山川) 들어가,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杜鵑)이 벗이 되니,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를 어이하리. 노이무처(老而無妻) 환부(鰥夫)라니, 사궁중(四宮中)에 첫 머리요, 아들없고 눈 못보니, 몇가지 궁(窮) 이 되단 말가. 무덤을 검쳐 안고, 내려 둥굴 치 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한다.

 

<아니리>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 봉사님, 죽은 사람 따라가면, 저 어린 자식을, 어쩌시려 하오. 어서 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하릴없어, 역군(役軍)들께 붙들려, 집으로 돌아 올제, 동인(洞人) 들께 백배치하(百倍致賀), 하직(下直)하고,

 

<중머리=계면>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寂寞)하고, 방안은 휑 비었는데, 심봉사 실성발광(失性發光), 미치는데, 얼싸덜싸 춤도 추고, 하하 웃어도 보며, 지팡막대 흩어 짚고, 이웃집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우리 마누라 여기 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踪迹)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 와서, 부엌을 굽어 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 가서, 쑥내향기(香氣)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울제, 그때에 귀덕어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애를 보더라도, 그만 진정 하시오. 거, 귀덕어민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귀덕어미는 건너 가고, 아이 안고 자탄할제, 강보(襁褓)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아가 우지말아, 내새끼야. 너의 모친 먼데 갔다. 낙양동촌(洛陽東村) 이화정(梨花亭)에, 숙낭자(淑娘子)를 보러 갔다. 죽상체루(竹上涕淚) 오신 혼백(魂魄), 이비부인(二妃夫人)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만은,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고파 울음을 우느냐. 강목수생(剛木水生)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주느냐. 그져 응아 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았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미닫치며, 죽어라 썩죽어라. 네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초칠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어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다시 안고, 아이고 내새끼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기야.

 

<아니리>

그날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氣盡)하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새기를 기다릴제,

 

<중중머리=계면>

우물가 두레박소리, 얼른 듣고 나갈적에, 한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우물가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초칠(初七)안에 어미 잃고, 기허(飢虛)하며 죽게 되니, 이에 젖좀 먹여주오, 듣고 보는 부인들이,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蹠)인들 아니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이집 저집 다닐적에, 삼베 길삼 하느라고, 흐히 히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 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애 젖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얕볕에 김메는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 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던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없는 부인들은, 쌀되씩 떠서주며, 밤쌀이나 하여주오. 심봉사 좋아라,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제, 언덕 밑에 쭈구려 앉아, 아이를 어룬다.

 

<늦은 중머리=평계면>

아기 내 딸이야. 아가 아가 웃느냐.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이상 배가 뺑뺑 하구나. 이 덕(德)이 뉘덕(德)이냐. 동리 부인의 덕(德)이다. 너도 어서 어서 자라나, 너의 모친 닮아, 현철(賢哲)하고 얌전하여, 아비 귀염을 보이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하느니라. 백미 닷섬에 뉘하나, 열 소경 한막대로구나. 둥 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어덕 밑의 귀남(貴男)이, 아니냐. 설설 기어라. 어허 둥둥 내딸이야.

 

<잦은 머리=평계면>

둥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금자동(金字童)이냐 옥자동(玉 字童). 주유천하(周遊天下)에 무쌍동(無雙童). 은하수(銀河水) 직녀성(織女星) 의,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 표진강 숙향(淑香)이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의. 달가운데는 옥(玉)토끼. 댕기 끝에는 진주(眞珠)씨. 옷고름에 밀화불수(密花佛手). 주얌 주얌 잘강잘강, 엄마 아빠 도리도리. 어허둥둥 내딸. 서울 가, 서울 가, 밤 하나 줏어다, 트래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 감은 새양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만, 한 쪽이 남았기에, 한 쪽은 내가 먹고 한 쪽은 너를주마. 으르르 아나 아가 둥둥 둥둥 어허, 둥둥 내딸.

 

<아니리>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포단(蒲團) 덮어 뉘어 놓고, 동냥차로 나가는데, 권마성제를 늦은 중중 머리로 나가것다.

 

<늦은 중중머리=권마성제>

삼베 전대 외동지어, 왼어깨 들어 메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 동냥. 가을이면 나락 동냥. 어린아이 맘죽차로, 쌀얻고 감을 사, 허유 허유 다닐적에, 그때의 심청이는,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제 십여세(十餘歲)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잊고 할줄 알고, 부친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依法)이 하여가니, 무정세월(武情歲月)이 아니냐.

 

<아니리>

하루는 심청이, 부친전(父親前), 단정(端正)히 꿇어 앉아, 아버지 오냐, 오늘부터는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朝夕供養) 하오리다. 여봐라 청아. 네말은 고마우나, 내 아무리 곤궁(困窮)한들, 모남독녀 너를 내보내, 밥을 빈단 말이, 될법이나 한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마라.

 

<중머리=계면>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子路)는 현인(賢人)으로, 백리(百里)에 부미(負米)하고, 순우의(淳于意) 딸 제영(提榮)이는, 낙양옥(洛陽獄)에 갇힌 아부 몸을 팔아 속죄(贖罪)하고, 말못하는 가마귀도, 공림(空林) 저문날에 반포은(反哺恩) 을 할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微物)만 못 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이 욕(辱)도 할 것이요, 천방지축(天方地軸) 다니시다,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그 이제 한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 네 성의가 그럴진대, 한 두집만 다녀오너라.

 

<늦은 중머리=계면>

심청이 거동 보아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베 중의(中衣) 다님 매고, 말만 남은 헌치마에, 짓 없는 헌저고리, 목만남은 질보선에, 청목휘항(靑木輝項) 눌러 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옆걸음 처나갈적에, 원산(遠山)에 해비치고, 건넛 마을 연기(煙氣) 일제, 주적 주적 건너가, 부엌 문을 다달으며, 애긍(哀矜)이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初七)안에 죽은 후에, 앞 어둔 우리 부친 나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 먹여, 요만큼이나 자랐으되, 앞 어둔 우리 부친, 구(救)할 길이 전혀 없어, 밥 빌러 왔아오니 한술씩만 덜 잡숫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주옵시면, 추운 방 우리부친 구완을 하것내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아니 슬퍼하리. 그릇밥 김치 장을, 아끼지 않고 후이 주며, 혹은 먹고 가라하니, 심청이 엿자오되,추운 방 우리 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전에가 먹것내다. 한 두 집에 족한지라, 밥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올제, 심청이 하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는 원산(遠山)에 해가 아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에 반일(反日)이 되었구나.

 

<잦은 머리=계면>

심청이 들어 온다. 심청이 들어 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오직 하며, 시장낀들 아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밥이요, 이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 칼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드리라 하기로, 가지고 왔아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요. 심봉사가 기가막혀, 딸의 손을 끌어, 입에 넣고 후후 불며, 아이고 내딸 춥다 불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 일이냐. (시비따라 가는 대목에서 심창이 물에 빠진 다음 선인들이 돌아가는 대목까지)

 

<아니리>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세가 되었구나. 효행(孝行)이 출천(出天)하고, 얼굴이 또한 일색(一色)이라. 이렇듯 소문이, 원근(遠近)에 낭자(狼藉)하니 하루는 무릉촌(武陵村),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人)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심청을 청(請)하였것다. 심청이, 부친께 여짜오되, 아버지 무릉촌(武陵村),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人)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아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따 아야.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別親) 하게 지냈니라. 진즉 찾아가서, 뵈올것을,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蛾眉)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하고, 수이다녀 오너라. 응. 심청이 부친 허락을 받고, 시비따라 건너 간다. 무릉촌을 당도하야 승상댁을 찾아 가니, 좌편(左便)은 청송(靑松)이요, 우편(右便)은 녹죽(綠竹)이라. 정하(庭下)에 섰는 반송(般松), 광풍(狂風)이 건듯 불면, 노룡(老龍)이 굼니난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자태 일어 나서, 나래를 땅에다, 지르르 끌며 뚜루 낄룩, 징검 징검 와룡성이 거의 하구나.

 

<느린 중중머리=평조>

계상(階上)에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하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坐)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武陵)에 내가 있고, 도화동(桃花洞) 네가 나니, 무릉(武陵)에 봄이 들어, 도화동(桃花洞) 개화(開化)로다. 네,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丞相)일찍 기세 (棄世)하고, 아들이 삼형제(三兄弟)나, 황성(皇城)가 등양(登揚)하고, 어린자식(子息) 손자 없어, 적적(寂寂)한 빈방안에 대하느니 촛불이요, 보는것 고서(古書)로다. 네 신세를 생각하면 양반(兩班)의 후예(後裔)로서, 저렇듯 곤궁(困窮)하니, 나의 수양(收養)딸이 되여, 내공(內攻)도 숭상(崇尙)하고, 문필(文筆)도 학습(學習)하야, 말년(末年)재미를 볼까하니, 너의 뜻이 어떠하뇨.

 

<아니리>

심청이 이말 듣더니, 앞 못 보는 어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것내다. 기특(奇特)타 내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어라. 심청이 여쩌오대, 추운방 우리 부친, 날 오기를 기다리니, 어서건너 가겠내다. 부인이 허락을 하되, 비단(緋緞)과 양식(糧食)을 후(厚)히 주며, 시비(侍婢)와 함께 보낸지라. 그때의 심봉사는, 적적(寂寂)한 빈 방 안에, 딸 오기를 기다리는데,

 

<진양조=계면>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한기(寒氣) 들제, 먼데 절 쇠북소리, 날저문줄 짐작하고, 딸오기만 기다릴제, 어찌하야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말리는가. 길에 오다 욕(辱)을 보느냐. 백설(白雪)은 펼펄 흩날린데, 후후 불고 앉았느냐. 새만, 푸르르 날아 들어도, 내딸 청이 네 오느냐. 낙엽(落葉)만 버석 떨어져도, 내딸 청이 네 오느냐. 아무리 불러도, 적막공산(寂寞空山)에 인적 (人跡)이, 끊쳤으니, 내가 분명(分明)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찌를 할거나. 신세(身世) 자탄(自嘆)으로 울음을 운다.

 

<잦은 머리>

이래서 못쓰것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나오면서, 청아 오느냐. 어찌하여 못 오느냐,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정신없이 나가는데, 그때의 심봉사는, 딸의 덕에 몇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 도랑출입(出入)이 서툴구나. 지팽이 흩어짚고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 더듬 더듬이 나가다가, 길넘은 개천물에, 한발자칫 미끄러져, 꺼꾸로 물에가, 풍 빠져노니, 아이고 도화동(桃花洞) 심학규(沈學奎) 죽네.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아이고, 정신도 말끔하고, 슴도 잘 쉬고 아픈데 없이 잘 죽는다. 한참 이리할제.

 

<아니리>

한참, 이리할제,

 

<엇머리=평계면>

중 올라간다. 중,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 오는데 이 중은 올라간다. 저 중이 어딧 중인고.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라. 절에 중창 하려하고, 시줏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히 정그러져, 서산(西山)에 비친곳에 급급히 올라간다. 저 중의 차림보소. 저 중의 거동보소. 굴갓 쓰고 장삼(長衫) 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단주(短珠) 팔에 걸고,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戮還杖), 쇠고리 많이 달아, 처절절 툭딱 짚고, 흔들 흔들 흐늘거리고, 올라 갈제. 중이라 하는 것, 절에서도 염불(念佛). 속가(俗家)에와도 염불(念佛). 염불을 많이하면, 극락세계(極樂世界) 간다더라. 남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아 아 어 어 아. 상래소수공덕혜(上來所修功德兮)요, 회향삼처(廻向三處) 실원만(悉圓滿), 원왕생(願往生) 원왕생(願往生), 세불충천 제갈연,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念佛)하고 올라갈제, 한곳을 살펴보니, 어떠한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린다.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馬嵬繹) 저믄 날에, 하소대로 울고가는, 양태진(陽太眞)의.울음이냐. 이울음이 웬 울음, 죽장(竹杖)을 들어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거리고 올라 갈제, 한 곳을 살펴보니, 어떠한 사람인지, 개천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구나.

 

<잦은 엇머리=평계면>

저 중의 급(急)한 마음, 저 중의 급(急)한 마음. 굴갓 장삼(長衫) 훨훨 벗어, 되는대로 내던지고, 보선 행전 대님 끄르고, 고두누비 바짓가래, 따달딸딸 걷어, 자감에 떡 붙쳐, 물위의 백로(白露) 격(格)으로, 징검 징검 징검거리고 들어가, 심봉사 꼬드래 상투를, 앳뚜룸이 채어, 건져 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봉사라.

 

<아니리>

심봉사 정신을 차려, 죽은 사람을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요. 거 뉘가 날 살렸소. 예, 소승(小僧)은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 이온데, 시줏(施主)집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소. 어허, 활인지불(活人之佛) 이라더니, 대사(大師)가 나를, 살렸소 그려. 저 중이 하는 말이 여보 봉사님 내 말을 들어면, 두 눈을 꼭 뜨오리다마는, 봉사,눈 뜬단 말에 아니 그 어쩐 말이어. 우리절 부처님이 영험(靈驗)하야,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우리 절에 시주(施主)하면, 꼭 눈을 뜨오리다. 심봉사가, 눈 뜬단 말에 후사(後事)를 생각지 않고, 여어, 대사 자네 말이, 정녕 그러할 진대,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권선(勸善)에다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 없어, 여보시오 봉사님, 가산(家産)을 둘러보니, 삼백석(三百石)은 고사하고, 삼백(三百) 주먹도 없는 이가, 함부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심봉사 화를 벌컥 내며, 아니, 네가 나의 수단을, 어찌 아느냐. 잔말 말고 적으라면 썩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권선(勸善)에,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적은 후, 여보시오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것이니, 부디 명심(銘心)하오. 염려(念慮)말고 불공(佛供)이나, 착실히 하여주게. 중은 올라가고, 심봉사 곰곰히 생각하니, 이런 실없는 일이 있나.

 

<중머리=계면>

허어, 내가 미쳤구나. 분명(分明) 내가 사(邪) 들렸네.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내가 어찌 구(救)하리요. 살림을 팔자 한들, 단돈 열냥 뉘랴 주며, 내 몸을 팔자하니, 앞못 보는 봉사놈을, 단돈 서푼을 뉘랴주랴. 부처님을 속이면은, 앉은뱅이가 된다는데, 앞못 보는 봉사놈이, 앉은뱅이가 되고 보면, 꼼짝없이 내가 죽었구나. 수중고혼(水中孤魂) 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여,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가는 대사(大師)권선(勸善)에 쌀, 삼백석, 외우고 가소. 대사, 대사 실성발광 기가 막혀, 홀로 앉아 탄식한다.

 

<잦은머리=계면>

심청이 들어온다.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을 보고, 깜짝 놀라 발 구르며, 아이고 이게 웬 일이요. 살없는 두 귀밑에, 눈물 흔적 웬 일이요.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였소. 승상댁(承相宅) 노부인(老夫人)이, 굳이 잡고 만류(挽留)하여, 어언간(於焉間) 더디었소. 말씀이나 하여 주오 답답하여 못살겠소.

 

<아니리>

심봉사 하릴없어,여봐라 청아. 하 너오기를 기다리다 못하야, 더듬 더듬 나가다가, 이 앞의, 개천물에 빠져, 꼭 죽게 되었는데, 아 뜻밖에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 날더러 하는 말이,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몽은사(夢恩寺) 불전(佛前)에 시주(施主)하면, 삼년내로 눈을 꼭, 뜬다하더구나. 그리하여 눈뜬단 말에, 후사(後事)를 생각(生覺)지 않고,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권선(勸善)에 적어 보냈으니, 이 일을 어쩔거나. 아무리, 생각(生覺)을 하여도, 백해무책(百害無策) 이로구나. 아버지, 너무 염려(念慮) 마옵소서.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정성(精誠)껏 구하여 보겠네다. 심청(沈淸)이가 부친(父親)을 위로(慰勞) 한후, 그날부터 목욕재계(沐浴齋戒) 정(淨)히 하고, 지극정성(至極精誠) 드리것다.

 

<진양조=계면>

후원(後苑)에 단(壇)을 묻고, 북두칠성(北斗七星) 자야반(子夜半)에, 촛불을 도도 켜고, 정화수(井華水)를 더 받쳐 놓고, 두 손 합장(合掌). 무릎을 꿇고, 비나니다.비나니다. 하나님전에 비나니다. 천지지신(天地之神) 일월성신(日月星辰), 화의동심(和議動心) 하옵소서. 무자생(戊子生) 소경아비, 삼십전(三十前), 안맹(眼盲)하여, 오십(五十)에 장근(將近)토록, 시물(視物)을 못 하오니, 아비의 허물을, 심청 몸으로 대신(代身)하고, 아비눈을 밝히소서. 인간(人間)의 충효지심(忠孝之心), 천신(天神)을 어이 모르리까. 칠일(七日)안에 어미 잃고, 앞 못보는 부친에게, 겨우 겨우 자라나서, 십오세(十五歲)가 되었으니, 욕보지(慾報之) 덕택(德澤)인데, 호천망극(昊天罔極)이라.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불전(佛前)에 시주(施主)하면, 아비눈을 뜬다하니, 명천(明天)이 감동(感動)하사,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지급(支給)하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듯 지극정성(至極精誠)을 드리는데,

 

<중머리=권마성제>

하루는, 문전에, 외는 소리, 우리는 남경(南京)장사 선인(船人)으로, 인당수(印塘水) 인제수(人祭需)를 드리고져, 십오세(十五歲)나 십육세(十六歲)나, 먹은 처녀(處女)를 사랴하니, 몸 팔이 뉘 있음나. 있으면 있다고, 대답을 하시오. 이렇듯 외는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떵그렇게 들린다.

 

<아니리>

심청이 이말을 듣더니, 천재일시(千載一時)의 좋은 기회(機會)로구나. 이웃사람 알지 않게, 몸을 은신(隱身)하고, 선인(船人) 한사람을, 청(請)하여 엿자오되, 소녀는 당년 십오세(十五歲)온데, 부친(父親)을 위하여, 몸을 팔랴 하오니, 저를 사가심이 어떠하오. 선인(船人)들이 좋아라고, 어허 그 출천지(出天地) 대효(大孝)로고. 거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내월(來月) 십오일(十五日)로, 몽은사(夢恩寺)로 올려 주오. 허, 거, 출천지(出天地) 대효(大孝)로고. 그러나 우리도, 내월(來月) 십 오일(十五日)이 행선(行船)날이오니. 어찌하오리까. 중값 받고 팔린몸이, 내 뜻대로 하오리까. 글랑은 염려마옵소서. 선인들과 약속한 후, 심청이 아무리 생각하여도, 부친을 아니 속일 수 없는지라. 아버지, 오냐 오늘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봉사 깜짝 놀라. 야야, 거 어쩐, 말이냐. 전일에 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하실걸, 분명대답 못 했지요. 오늘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부인께서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시고, 저를 수양딸로, 데려간다 하옵디다. 야, 야, 그일 참 잘되었다. 그래, 언제 가기로 하였느냐. 내월(來月) 십오일 (十五日)날 가기로 하였내다. 그러면 나는 어쩌고. 아버지도, 모셔가기로 하였어요. 그렇치야 눈먼 놈을, 내혼자 둘것이냐. 잘되였다.야야. 그일 참 잘 되였다. 부친(父親)의 맺힌 근심, 위로(慰勞) 하고, 행선일(行船日)을 기다릴제.

 

<진양조=진계면>

눈 어둔 백발부친(白髮父親), 생존시(生存時)에 죽을 일을, 생각하니, 정신(精神)이 막막(莫莫)하고, 흉중(胸中)이 답답하여, 하염없는 설음이, 간장(肝腸)에서 솟아난다. 부친(父親)의 사시의복(四時衣服), 빨래하여, 농안에 넣어 두고, 갓망건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모친분묘(母親墳墓) 찾아가서, 분향사배(焚香四拜) 통곡(痛哭)을 한다.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不孝女息) 심청(沈淸)이는, 부친(父親) 눈을 띄우려고,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제수(祭需)로 가게되니, 년년(年年)이 오는 기일(忌日), 뉘라서 받드리까. 분묘(墳墓)에 돋은 풀은, 뉘 손으로 벌초(伐草)하리. 사배(四拜) 하직(下直)하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父親) 진지 올린 후(後)에, 밤 적적(寂寂) 삼경(三更)이 되니, 부친(父親)은 잠이 들어, 아무런 줄 모르는구나. 잠이 깰까 염려(念慮) 되어, 크게 울진 못하고, 속으로만 느끼는데, 아이고 아버지, 날 볼날이 몇 날이며, 날 볼밤이 몇 밤이나 되오. 제가 철을 안 연후(然後)에 밥빌기를 놓았더니만은, 내일(來日)부터는 동리(洞里) 걸인(乞人)이 또 될것이니, 아버지를 어쩌고 갈고. 오늘밤 오경시(五更時)에, 함지(咸池)에 머무르고, 내일(來日)아침 돋은 해는, 부상(扶桑)에다 매달으면, 불쌍하신 우리 부친(父親), 일시라도 더 뵈련만은, 인력(人力)으로 어이 허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꾜. 닭아, 닭아 닭아 우지마라. 반야진관(半夜秦關)의 맹상군(孟嘗君)이 아니로구나.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죽기를 설잖으나, 의지(意志)없는 우리 부친(父親)을 어이 잊고 가잔 말이냐.

 

<아니리>

벌써 동방(東方)이 점점 밝아오니, 심청(沈淸)이 정신(精神)을 차려, 아이고 내가 이래서서는, 못쓰겠다. 부친(父親) 진지나 망종 지어, 드리려 하고, 부엌으로 나가니, 벌써 문밖에 선인(船人)들이 늘어 섰거늘, 심청(沈淸)이 급히 나가, 여보시오 선인(船人)님네, 부친(父親) 진지나 망종 지어 드리고, 떠나 심이 어떠하오. 선인(船人)들이 허락(許諾)하니, 심청(沈淸)이 눈물 섞어 아침밥을 급히 지어, 소반 위에 받쳐들고, 아버지 어서 일어나, 진지 잡수시오,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 무슨 꿈을 꾸셨는데. 아 네가 큰 수레를 타고, 한없이 가보이니, 수레라 하는 것은 귀인(貴人)이 타는 것이라. 거, 내 손수 해몽(解夢)했지야. 오늘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人)이 너를 수양(修養)딸로, 데려가려고, 가마 가지고 오려나보다. 심청(沈淸)이 저 죽을 꾸인줄 짐작하고, 아버지 어서 진지잡수시오. 댁(宅)의 제사 모셨드냐. 심청(沈淸)이 진짓상을 물리치고, 담배부쳐 올린 후, 심청(沈淸) 아무 말을 못하고 우두머니 앉았다가, 아무리 생각(生覺)을 하여도, 부친(父親)을 더 속일 수 없는지라.

 

<잦은머리=계면>

심청이 거동봐라. 부친 앞으로 우루루. 부친(父親)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한번 부르더니, 말 못하고 기절한다. 심봉사(沈奉士) 깜짝 놀라,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허허 이거 웬 일이어. 아니 오늘 아침 반찬이 좋더니 뭘 먹고 체하였느냐. 아가 소금좀 먹어라. 아가, 어느 놈이 봉사의 딸이라고, 정개하드냐. 어이, 말하여라. 답답하다. 어서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불효(不孝) 여식(女息)은, 아버지를 속이였소. 아니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 일을 속였간데, 이렇게 아비를, 놀라게 한단말이냐. 말하여라, 답답하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석(三百石)을, 뉘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인(船人)들께,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오늘이 행선(行船) 날이오니, 저를 망종 보옵소서. 어느때나 뵈오리까.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줄을 모르는구나.

 

<중중머리=계면>

어허 이것 웬 말이냐. 에 잉, 여봐라 청아, 무엇이 어째. 어이. 애비보고 묻도 않고, 네 이거 웬일. 못 하지야 못하여. 눈을 팔아 너를 살디, 너 팔아 눈을 뜨면, 무엇 보자고, 눈을 뜨고. 철모르는 이 자식아, 애비 설음을 너들어라, 너 낳은 칠일(七日)만에, 너를 안고 다니며, 동냥젖 얻어 먹여, 이 만큼이나 장성.묵은 근심 햇근심을, 너로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 일이냐. 나, 눈 안뜰란다. 그때에 선인(船人)들이, 문전(門前)에 늘어 서서, 심낭자(沈娘子), 물때 늦어가오. 성화 같이 재촉하니, 심봉사 이말 듣고 엎어지며 넘어지며, 밖으로 우르르 쫓아나가. 에이, 무지한 상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 사서 제(祭)지낸데, 어디서 보았나. 옛말을 못들었나. 칠년대한(七年大旱)가 물적에, 사람잡아서 빌랴하니, 탕임금 어진 마음, 전조단발(剪爪斷髮) 신영백모(身瓔白茅), 상림(上林)뜰에 빌었더니, 대우방(大雨方) 수천리(數千里)나, 풍년(豊年)이 들었단다. 내몸으로 대신(代身) 가리라. 돈도 싫고 쌀도 싫고, 눈뜨기도 내사 싫다. 가슴 쾅쾅 두드려, 목제비질을 덜컥. 내리둥굴 치둥글며. 죽기로만 작정을 하는구나.

 

<아니리>

선인(船人)들이 이 정상(情狀)을 보고, 심봉사를 가긍(可矜)이 여겨, 백미백석(白米百石) 마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어 주었것다. 심청(沈淸)이 하릴 없어, 부친(父親)을, 동네 어른들께 의탁(依託)을 하고, 하릴없이 선인(船人)들을 따라가는데.

 

<중머리=계면>

선인(船人)들을 따라간다, 선인(船人)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치마자락을, 거듬 거듬 걷어 안고, 비같이 흐르는, 눈물 옷깃이 모두가 사무친다. 엎어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天方地軸) 따라갈제, 건너 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昨年) 오월(五月) 단오일(端午日)에, 앵두 따고 놀던 일을, 네가 행여 생각(生覺)나느야. 금년(今年) 칠월(七月) 칠석야(七夕夜)에, 함께 걸교 乞巧) 하자더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上針)질 수(繡)놓기를, 뉘와 함께 하자느냐. 너희는, 양친(兩親)이 구존(具存)하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늘 우리부친(父親) 슬하(膝下)를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동리(洞里) 남녀노소(男女老少) 없이, 눈이 붓게 모두 울고, 하나님이 아옵신지, 백일(百日) 은 어디 가고, 음운(陰雲)이 자욱하여, 청산(靑山)도 찡그난듯, 초목(草木)도 눈물 진듯. 휘늘어져 곱던 꽃이, 이울고져 빛을 잃고, 춘조(春鳥)는 다정(多情)하여, 백방 제수 하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離別) 하였는지. 환우성(喚友聲) 지저울고, 뜻밖에 두견(杜鵑)이는, 귀촉도(歸蜀道)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라, 가지위에 앉아 울겄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찌 돌아오리. 한 곳을 당도하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海堂花) 한송이 떨어져, 심청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하는 말이, 약도춘풍(若道春風) 불해의(不解意)며, 하인취송(何因吹送) 낙화내(落花來)라. 한무제(漢武帝) 수양공주, 매화장(梅花粧)은 있것마는,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 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誰怨誰咎)를 어이하리. 길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 불며 길을 걸어, 강변(江邊)을 당도하니, 선두(船頭)에다 도판(渡板)을 놓고. 심청을 인도하는구나.

 

<아니리>

이때의 심청이는, 세상사(世上事)를 하직(下直)하고, 공선(供船)에 몸을 싣고, 동서남북(東西南北) 지향(指向)없이, 만경창파(萬頃蒼波) 높이 떠서, 영원(永遠)히 돌아가는구나, 도판(渡板) 떼고 행선(行船)을 하는데.

 

<진양조=두조>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한 물결이로구나. 백빈주(白頻洲) 갈매기는, 홍요안(紅寥岸)으로 날아들고, 삼강(三江)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만.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 소리, 어적(魚笛)이 여기렸만.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峯)만 푸르렀다. 의내성중(疑乃聲中) 만고수(萬古愁)는, 날로 두고 이름이라. 장사(長沙)를 지내가니, 가태부(賈台傅)는 간 곳 없고, 멱라수(泊羅水)를 바라보니, 굴삼여(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무량도 하시든가. 황학루(黃鶴樓)를 당도하니, 일모향관(日暮鄕關) 하처재(何處在)요, 연파강상(煙波江上) 사인수(使人愁)는, 최호(崔灝)의 유적(遺跡)이라. 봉황대(鳳凰臺)를 돌아드니, 삼산(三山)은 반락청천외(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 백로주(白鷺洲)는 이태백(李太白)이, 노던데요. 침양강(浸陽江)을 다달으니, 백낙천(白樂天) 일거후(一去後)에, 비파성(琵琶聲)이 끊어졌다. 적벽강(赤壁江)을 그져 가랴. 소동파(蘇東坡) 노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하여 있다만은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一世之雄), 이금(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帝) 깊은 밤에, 고소성(姑蘇城)의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소리는 객선(客船)이 댕댕, 들리는구나. 진회수(秦淮水)를 바라보며, 격강(隔江)의 상녀(商女)들은, 망국한(亡國恨)을 모르고서, 연농한수(煙籠寒水) 월농사(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르는구나. 악양루(岳陽樓) 높은 집은, 호상 상하천광(上下天光)이 각색(各色)으로만 푸르렀다. 산협(山峽)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객소인(遷客騷人)이, 몇 명이나 뿌렸던가. 팔경(八景)을 다 본후에

 

<중머리=계면>

한곳을 당도하니, 향풍(香風)이 일어나며, 죽림(竹林) 사이로 옥패(玉佩)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 부인(婦人)이 선관(仙冠)을 높히 쓰고, 신음(呻吟)거려 나오더니,저기 가는 심소저(沈少姐)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창오산붕(蒼梧山崩) 상수절의(湘水節義) 하여, 죽상지루(竹上之淚) 내가멸(乃可滅)이라. 천추(千秋)의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出天大孝), 너를 보니, 오직이나 음전하냐. 요순후(堯舜後) 기천년(幾千年)에, 지금의 천자(天子), 어느 뉘며, 오현금(五絃琴) 남풍시(南風詩)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수로(水路) 먼 먼길을, 조심하여 잘 가거라. 이는 뉜고하니, 요녀순처(堯女舜妻) 만고열녀(萬古烈女) 이비(二妃)로다. 소상강(瀟湘江) 바삐건너, 계산(稽山)을 당도하니, 풍랑(風浪)은 대작(大作)하고, 찬기운이 솟았더니 어떠한신이 나오는데, 키는 구척(九尺)이나 되고, 면여거륜(面如巨輪)하여 미간광활 (眉間廣闊)하고, 두 눈을 감고, 가죽을 무릅쓰고, 우르르 나오더니 저기가는 심소저(沈少姐)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원통(怨痛)타. 우리 오왕(吳王) 백비의 참소(讒訴)듣고, 속루검(屬鏤劍) 나를 주어 목찔러 죽인후에, 가죽으로 몸을 싸, 이물에 던졌더니, 장부, 원통(怨痛)함이, 월병(越兵)의 멸오(滅吳)함을, 내 일찍 눈을 빼어, 동문상(東門上)에다 달고 왔네. 세상(世上)을 나가거던, 내 눈 찾아 전해주소. 천추(千秋)에 깊은 한(恨)은 눈 없는 것이 한(恨)이로세. 홀연(忽然)히 간곳 없고, 물결만 위르르르, 출렁.

 

<진양조=진계면>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 날이나 되든고. 무정(無情)한 사오삭(四五朔)을, 물과 같이 흘러 가니, 금풍삽이(金風颯而) 석기(夕起)하고, 옥우곽이 (玉宇廓而) 왕쟁영(王爭嶸)이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하고 추수(秋水)는 공장(共長) 천일색(天一色)이라. 강안(江岸)에 귤농(橘濃)하니, 황금(黃金)이 천편(千片). 노화가 풍기(風起)하니, 백설(白雪)이 만점(萬霑)이라. 신포세류(新浦細柳) 지는 잎은, 만강추풍(滿江秋風) 흩날리고. 옥로청풍(玉露淸風)이 붉었는데, 외로울사 어선(漁船)들은, 등불을 도도키고, 어가(漁歌)로 화답(和答)하니, 도도나니 수심(愁心)이요 해반청산(海畔靑山)은 봉봉 (峰峰)이, 칼날되어, 보이는 것 간장(肝腸)이라. 일락장사(日落長沙) 추색원 (秋色遠)하니, 부지하처(不知何處) 조상군(弔相君)고. 송옥(宋玉)의 비추부(悲秋賦)가, 이에서 슬프리요. 동녀(童女)를 실었으니 진시왕(秦始王)의 채약(採 藥)밴가. 방사(方士)는 없었으나, 한무제(漢武帝)의 구선(求仙)밴가. 지려 내가 죽자하니, 선인(船人)들이 수직(守直)하고, 살아 실려 가자하니, 고국(故國)이 창망(蒼茫)이라. 죽도 사도 못 하는 신세를, 아이고 이를, 어이를 할거나.

 

<엇머리=평계면>

한곳을 당도하니, 이는 곧 인당수(印塘水)라. 대천(大川)바다 한가운데 바람불어 물결 쳐, 안개 뒤섞여 젖어진 날, 갈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나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 정그러져, 천지적막(天地寂莫)한데, 까치뉘 떠 들어와, 뱃전 머리 탕탕. 물결은 위르르, 출렁 출렁. 도사공(都沙工) 영좌이하(領坐以下), 황황급급(遑遑急急)하여, 고사지제(告祀之祭)를 차릴제, 섬쌀로 밥짓고. 온소잡고, 동우술, 오색탕수(五色湯需), 삼색실과(三色實果)를, 방위(方位) 차려 갈라 궤고, 산돗 잡아 큰칼 꽂아, 기는듯이 바쳐 놓고, 도사공(都沙工) 거동봐라. 의관(衣冠)을 정제(正祭)하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

 

<느린 잦은머리=평계면>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 둥.헌현씨 배를 무어, 이제(以濟) 불통(不通)한 연후에 후생(後生)이 본을 받아, 다각기 위업(爲業)하니, 막대한 공이 아니냐. 하우씨(夏禹氏) 구년지수(九年之水), 배를 타고 다스릴제, 오복(五服)에 정(定) 한 음식(飮食). 구주(九州)로 돌아들고. 오자서(吳子胥) 분노할제, 노가로 건너 주고, 해성(垓城)에 패(敗)한 장수(將帥), 오강(烏江)으로 돌아들어, 의선대지(依船待之) 건너주고. 공명(孔明)의 탈조화(奪造化)는, 동남풍(東南風) 빌어내어, 조조(曹操)의 백만대병(百萬大兵), 주유(周瑜)로 화공(火攻)하니, 배 아니면 어이하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둥 둥. 주요요이(舟遙遙而) 경양하니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歸去來). 해활(海闊)하니, 고범지는 장한의, 강동거(江東去)요. 임술지(壬戌之) 추칠월(秋七月)에, 소동파(蘇東坡) 놀아있고. 지국총총, 어사와하니, 고예승류 무정거(無定去)는, 어부(漁夫) 즐거움이요. 개도 나니 화장포는, 오희월녀(吳姬越女) 채련주(採蓮舟)요. 타고 발선 하고 보니, 상고선(商賈船)이 이아니냐. 그저 북을 두리둥 둥 둥. 우리 선인(船人) 스물 네명, 상고(商賈)로 위업(爲業)하야, 경세우경년(經歲又經年) 표박서남(漂泊西南)을 다니다가, 오늘날 인당수(印塘水)에, 인제수(人祭需)를 드리오니, 동해신(東海神) 아명(阿明)이며, 서해신(西海神) 거승(巨勝)이며, 남해신(南海神) 축융(祝融)이며, 북해신(北海神) 우강(禹彊)이며,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군(川澤之君)이, 하감(下鑑)하야 주옵소서. 그저 북을 두리둥둥 둥 둥둥. 비렴(飛廉)으로 바람주고, 해역(海域)으로 인도하여, 환난(患難)없이 도우시고, 백천만금(百千萬金) 퇴를 내어, 돛대 위의 봉기(鳳旗) 꽂고, 봉기 위의 연화(蓮花) 받게, 점지하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지낸후, 심낭자 물에 들라. 성화같이 재촉하니, 심청이 죽으란, 말을 듣더니마는 여보시오 선인(船人)님네. 도화동(桃花洞)쪽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서 가르치는데, 도화동(桃花洞)이 저기 운애(雲靄)만 자욱한 데가 도화동(桃花洞)이요. 심청이 이 말을 듣고, 정화수(井華水) 떠 받쳐 놓고, 분향사배(焚香四拜) 우는 말이, 아이고 아버지, 이제는 하릴없이 죽사오니, 아버지는 어서 눈을 떠, 대명천지(大明天地) 다시 보고, 칠십생남(七十生男) 하옵소서. 여보시오 선인(船人)님네, 억십만금(億十萬金)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가시거든, 우리 부친(父親)을 위로(慰勞)하여 주옵소서. 글랑은 염려(念慮)말고, 어서 급(急)히 물에 들라.

 

<휘모리=계면>

심청이 거동 봐라. 샛별같은 눈을 감고, 치마자락 무릅쓰고, 이리비틀 저리 비틀, 뱃전으로 우루루, 만경창파(萬頃蒼波) 갈매기 격(格)으로 떴다 물에가 풍, 빠져노니,

 

<진양조=우조와 계면>

향화(香火)는 풍랑(風浪)을 쫓고, 명월(明月)은 해문(海門)에 잠겼도다. 영좌 (領坐)도 울고, 사공(沙工)도 울고, 접근 화장이 모두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년년(年年)이, 사람을 사다, 이 물에다 넣고 가니. 우리 후사(後事)가 잘 되겠느냐. 영좌(領坐)도 울고, 집좌도 울음을 울며, 명년부텀은 이 장사를 그만두자. 닻 감어라. 어기야 어야. 어야. 어기야 어야야,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興)을, 묻노라. 저 백구(白鷗)야, 홍요월색(紅寥月色)이 어늬곳고. 일강세우(一江細雨)에, 노평생(鷺平生)에, 너는 어이 한가하더냐. 범피창파(泛彼蒼波) 높이 떠서, 도용 도용 떠나 간다.

 

<아니리>

그때의 심청이는 이 세상에서 꼭 죽은줄 알고 있으련만은 이러한 출천지(出天地) 대효(大孝)를 어찌 하나님이 그저 둘 리가 있겠느냐.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오늘 무릉촌(武陵村), 심학규(沈學奎) 딸, 심청이가, 인당수에 들터이니, 착실히 모셔드려라. 용왕이 수명(受命)하고, 심소저를 환수(還收)할제. 시녀를 불러 드려, 오늘 묘시초(卯時初)에 심소저가 인당수에 들터이니 백옥교(白玉轎)에 착실히 모셔드려라. 시녀 분부듣고, 인당수에 내다르니, 심낭자, 물에 들거늘, 부왕의 분부듣고, 심낭자를, 모시러 왔사오니 어서 옥교(玉轎)에 오르옵소서. 심소저 이말 듣더니. 어찌 미천한 사람으로 옥교(玉轎)를, 타오릿까. 만일에, 타지 않으시면 중죄(重罪)를 내리실테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낭자 마지못해, 그 백옥교(白玉轎)를 타고 수궁(水宮)을 들어오는데.

 

<엇머리=평조>

위의(威儀)도 장할시고. 위의(威儀)도 장할시고. 천상선관(天上仙官) 선녀(仙女)들이, 심소저(沈少姐)를 보려하고, 태을선(太乙仙) 학(鶴)을 타고. 안기생(安期生)은 구름타고, 적송자(赤松子) 난(鸞)을 타, 갈선옹(葛仙翁) 사자(獅子)타고, 청의동자(靑衣童子) 황의동자(黃衣童子), 쌍쌍이 모셨네. 월궁항아(月宮姮娥) 마고선녀(麻姑仙女), 남악부인(南岳夫人) 팔선녀(八仙女)들이, 좌우(左右)로 모셨는데, 풍악(風樂)을 갖추울 때, 왕자진(王子晋)의 봉(鳳)피리, 네나니 나니나노. 곽처사(郭處士) 죽장고(竹杖鼓), 찌지러쿵 쩌쿵. 장자방(張子房)의 옥통소(玉筒蕭)소리, 뛰띠루 띠루. 석연자(石連子) 거문고, 둥덩둥덩. 혜의 해금이며, 수궁이 진동한다. 노경골(老鯨骨)이 위량(爲梁)하니, 인광(燐光)이 여(如)일이요, 집어린이(集魚麟而) 작와(作瓦) 하니, 서기(瑞氣) 반공(蟠空)이라. 주궁패궐(珠宮貝闕)은 응천상지(應天上之) 삼광(三光)이요, 곤의수상(袞依繡裳)은 비수궁지(備水宮之) 오복(五福)이라. 산호주렴(珊瑚珠簾)의 백옥안상(白玉案床), 광채도 찬란허구나. 주안(酒案)은 드릴적에,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琉離盞) 호박병(琥珀甁)에, 천일주(千日酒) 가득 담고, 한 가운데 삼천벽도(三千碧桃)를, 덩그렇게 궤였으니, 세상의 못 본바라. 삼일(三日)에 소연(小宴)하고, 오일(五日)에 대연(大宴)하며, 극진히 봉공(奉公)한다.

 

<아니리>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玉眞夫人) 내려오는데, 이 부인(夫人)은 뉘신고 하니, 세상(世上)의 심학규(沈學奎), 아내 곽씨로다. 심소저(沈少姐) 수궁, 들어올 줄 알고, 모녀상봉차(母女相逢次)로 하강(下降) 하시는데,

 

<진양조(세마치)=평조와 우조>

오색채단(五色彩緞)은, 옥기린(玉麒麟)에 가득싣고, 벽도화(碧桃花) 단계화(丹桂花)를, 사면에 버려꼽고, 청학(靑鶴) 백학(白鶴)의 전배(前倍) 서서, 수궁에 내려올제, 용왕(龍王)도 황급하여, 문전(門前)에 배회(徘徊)할제, 부인(夫人)이 들어와, 심청(沈淸)보고 반기하여, 와락뛰어 달여들어, 심청 손을 부여 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世上)에서, 너 낳은 곽씨(郭氏)로다. 그간 십여년(十餘年)에 너의 부친(父親) 많이 늙었으리라. 나느 죽어 귀(貴)히 되어, 천상(天上)에 올라가, 광한전(廣寒殿), 옥진부인(玉眞夫人)되었더니, 네가 수궁에, 들어 왔단, 말을 듣고, 상봉차(相逢次)로 내 왔노라. 입모습 생긴것이, 어찌 아니 내 딸이랴. 귀와 목이 희였으니, 너의 부친(父親) 분명(分明)하다. 뒷마을 귀덕어미, 공(功)을 어이 갚을거나. 네 낳은 칠일(七日) 만에, 세상(世上)을 떠났으니, 십오년(十五年) 고생(苦生)이야, 어찌 다 말할소냐. 심청(沈淸)이 그제야, 모친(母親)인줄 짐작(斟酌)하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는 나를 낳고, 초칠일(初七日)안에 세상(世上)을 떠나신 후, 앞 못 보는 아버지는, 동냥젖 얻어 먹여, 십오세(十五歲)가 되었으나, 부친(父親) 눈을 띄랴하고,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이곳에 들어와, 어머니를 만나오니, 이런줄 알았으며, 나오던날 부친전(父親前)에, 이 말씀을 여쭈었다면, 날 보내고 설은마음, 저기 위로 하올텐데,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믿고 사오리까. 부인도, 울며 하는 말이, 네나, 세상(世上)을 다시다가, 너의 부친 다시 만나, 만종록(萬鐘祿) 누리면서 즐길날이 있으리라. 광한전(廣寒殿) 맡은 일이, 직분(職分)이 허다(許多)하야, 오래쉬기 어려워라. 요령(搖鈴) 소리가 쟁쟁(錚錚) 날제, 오색채운(五色彩雲)이 올라 가니, 심소저(沈少姐) 모친(母親) 따라, 갈수도 없고, 가는 곳만,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母女) 작별(作別)이 또 되는구나.

 

<아니리>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도 다시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심소저(沈少姐), 방년(芳年)이 늦어가니 어서 인간(人間)으로 환송(還送) 하되, 인간(人間)의 좋은 배필(配匹)을, 정(定)하여 주어라. 용왕(龍王)이 수명(受命)하고, 내려와, 심소저(沈少姐)를 환송(還送)할적, 꽃한 봉을 조화(調和)있게 만들어, 그 가운데, 심소저(沈少姐)를 모시고, 양대선녀(兩大仙女)로 시위(侍衛)하여, 조석지공(朝夕之貢)과 찬수범절(饌需凡節), 금주보패(金珠寶佩)를 많이 싣고, 용왕(龍王)과 각국(各國) 시녀(侍女), 작별 후 돌아서니, 이는 곧 인당수라. 용왕(龍王)의 조화(造花)인지라. 바람이 분들, 요동하며, 비가 온들 젖을소냐. 주야(晝夜)로 두둥실 떠 있을제. 그때의 남경갔던 선인(船人)들은, 억십만금(億十萬金)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오다. 인당수를 당도하니, 심소저(沈少姐) 효행(孝行)이, 홀연(忽然)히 감동(感動)되는지라. 제물(祭物)을, 정(淨)히 차려놓고, 심소저(沈少姐)의 넋을 위로(慰勞)하는데.

 

<중머리=계면>

북을 두리둥둥, 울리면서 슬픈 말로 제지낼척,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야. 오장원(五杖原)에 낙상(落傷)하던, 공명(孔明)의 넋도 아니요. 삼년무우간(三年無雨間)에 초혜왕(楚惠王)의 넋도 아니요. 부친(父親) 눈을 띄랴하고,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祭需) 되신, 심낭자(沈娘子)의 넋이로구나. 넋이라도 오셨거든, 많이 흠향(歆饗)을 하옵소서. 제물을 물에 풀고, 눈물 씻고 바라보니, 무엇이 떠 있는데, 세상(世上)에 못 본바라. 도사공이 하는 말이, 저것이 무엇이냐. 저것이 금(金)이냐.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옛날 진평(陳平)이가, 범아부(范亞夫)를 잡으려고 황금(黃金) 사만금(四萬金)을, 초진중(楚陳中)에 흩었으니, 금이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그게 옥(玉)이냐. 옥이란 말이 당치 않소. 옥출곤강(玉出昆剛) 아니어든, 옥 한쪽이 있소리까. 그러면 그게 해당화(海當花)냐. 해당화(海當花)란 말이 당치않소. 명사십리(明沙十里) 아니어든, 해당화(海當花)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무엇이냐. 가가이 가서보자. 우겨라 우겨라, 저어라 저어라 어기야 뒤어, 저어. 가까이 가서보니, 향취(香臭) 진동하고, 오색채운(五色彩雲)이 어렸구나.

 

<아니리>

가까이 가서 보니, 꽃 한 봉이 떠 있구나, 배에 건져 놓고 보니, 크기가 수레 같고, 향취(香臭)가 진동쿠나. 본국(本國)으로 돌아와, 허다히 남은 재물(財物), 각기 분재(分財)할적, 도사공은 무슨 마음인지, 재물(財物)을 마다하고, 꽃봉을 차지하여, 저의 집, 후원(後苑)에 두었구나. 그때에, 송천자(宋天子)께서 황후홀연(皇后忽然) 붕(崩)하신후, 납비(納妃)하기 뜻이없고, 세상(世上)의, 기화요초(琪花搖草)를 구하여 황극전(皇極殿) 넓은 뜰에, 여기 저기 심어 놓고, 조석(朝夕)으로 화초(花草)를 구경할제, 이것이 화초(花草)타령이것다.

 

<중중머리=평조>

화초(花草)도 많고 많다. 팔월(八月) 부용(芙蓉)의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 홍연화(紅蓮花), 암향부동(暗香不動) 월황혼(月黃昏), 소식전(消息傳)튼 한매화(寒梅花), 진시유랑(盡是劉郞) 거후재(去後哉)는, 붉어있다고 복숭꽃. 구월구일(九月九日) 용산음(龍山飮) 소축신(笑逐臣) 국화(菊花)꽃, 삼천제자(三千弟子)를 강론(講論)하니, 행단춘풍(杏壇春風)의 은행(銀杏)꽃. 이화만지(梨花萬地) 불개문(不開門)하니, 장신문전(長信門前) 배꽃이요. 천태산(天台山) 들어가니, 양변개작약(兩邊開芍藥)이요. 원정부지(怨征夫之) 이별(離別)하니, 옥창오견(玉窓五見)의 앵도화(櫻桃花). 촉국한(蜀國恨)을 못이기어, 제혈(啼血)허든 두견화(杜鵑花). 이화노화 계관화(鷄冠花). 홍국백국(紅菊白菊) 사계화(四季花). 동원도화(東園桃花) 편시춘(片時春),목동요지(牧童遙指)가 행화촌(杏花村). 월중단계(月中丹桂) 무삼경(無三更). 달 가운데 계수(桂樹)나무. 백일홍(百日紅) 영산홍(映山紅). 왜철촉(倭撤燭) 진달래. 난초파초(蘭草芭蕉) 오미자(五味子) 치자(梔子). 감자(柑子) 유자(柚子) 석류(石榴) 능낭.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초(大棗). 각색화초(各色花草) 갖은향과(香果), 좌우(左右)로 심었는데, 향풍(香風)이 건듯 불면, 벌나비 새 짐승들이, 지지 울며 노닌다.

 

<아니리>

이때의 도선주(都船主)는, 천자(天子)께서, 화초(花草)를 구하신다, 소문(所聞)을 듣고, 인당수(印塘水), 떴던 꽃봉을, 어전(御前)에 진상(進上)하니, 천자(天子)보시고, 세상(世上)에서는 못본 꽃이로다. 선인(船人)을, 입시(入試) 하여 치하(致賀)하신후, 무릉촌(武陵村) 태수(太守)를 봉(封)하였구나. 그 꽃을 후궁화계상(后宮花階上)에 심어노니,

 

<세마치(잦은 진양)=평조>

천자 이꽃 반기여겨, 요지벽도화(搖池碧桃花)를 동방삭(東方朔)이 따온지가, 삼천년(三千年)이 못되다니, 벽도화(碧桃花)도 아니요. 극락세계(極樂世界), 연화(蓮花)꽃이 떨어져, 해상(海上)에 떠왔는데, 그꽃 이름은, 강선화(降仙花) 라 지으시고, 조석(朝夕)으로 화초(花草)를 구경할적, 심신(心身)이 황홀하여, 화계상에 거니는데, 뜻밖에, 강선화(降仙花) 벌어지며, 선녀(仙女)둘이 서있거늘, 천자 고히 여겨, 너희가 귀신이냐 사람이냐, 선녀(仙女), 예, 하고 여짜오되, 남해용궁(南海龍宮) 시녀(侍女)로서, 심소저(沈少姐)를 모시고, 세상(世上)에 나왔다가, 불의전안(不意殿顔)을 범(犯)하였아오니, 황공무지(惶恐無地) 하오이다. 인홀불견(因忽不見) 간 곳이 없다.

 

<아니리>

황제(皇帝) 반기하야, 대강연유(大綱緣由)를 탐문(探聞)한바, 세상(世上)의 심소저(沈少姐)라. 궁녀(宮女)로 시위(侍衛)하여, 별궁(別宮)으로 모신지라. 이튼날 조회(朝會)끝에, 만조백관(滿朝百官)을 모여놓고, 간밤 꽃봉 사연(事緣)을 말씀하시니,만조재신(滿朝宰臣)이 여짜오되, 국모(國母)없음을 하나님이 아옵시고, 인도(引渡)하심이니, 천여불취(天與不娶)면 반수기앙(反受其殃)이라. 인연(因緣)으로 정(定)하소서. 그말이 옳다 하고, 그날 즉시 택일(擇日)하니, 오월오일(五月五日) 갑자시(甲子時)라. 심황후(沈皇后) 입궁후(入宮後)에, 연년(年年)이 풍년(豊年)이요, 가가호호(家家戶戶) 태평(太平)이라. 그때에 심황후(沈皇后)는, 부귀(富貴)는 극진(極盡)하나, 다만 부친(父親) 생각(生覺) 뿐이로다. 하루는 옥난간(玉欄干) 비껴앉아,

 

<진양조=계면>

추월(秋月)은 만정(滿庭)하야, 산호주렴(珊瑚珠簾) 비쳐 들제, 청천(靑天)의 외기러기는, 월하(月下)에 높이 떠서, 뚜루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沈皇后) 반기 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한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蘇中郞) 북해상(北海上)에, 편지(便紙)전튼 기러기냐. 도화동(桃花洞)을 가거들랑 불쌍하신 우리 부친전에,편지(便紙) 일장 전(傳)하여라. 편지(便紙)를 쓰랴할제. 한 자 쓰고 눈물 짓고, 두 자 쓰고 한숨을 쉬니, 글자가 모두 수묵(水墨)이 되니, 언어(言語)가 오착(誤錯)이로구나. 편지(便紙)를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서보니 기럭은 간 곳 없고, 창망(蒼茫)한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아니리>

이때, 황제(皇帝) 내궁(內宮)에 들어와 황후(皇后)를 살펴보니, 수색(愁色)이 만면(滿面)하니, 무슨 근심이 있나니까. 심황후(沈皇后) 여짜오되, 솔토짐인 (率土朕人)의 막비왕토(莫非王土)라. 세상(世上)에, 불쌍한게 맹인(盲人)이라. 천지일월(天地日月)을 못 보니, 적포지한(積抱之恨)을 풀어 주심이, 신첩(臣妾)의 원(願)이로소이다. 황제(皇帝), 칭찬하시고, 국모지(國母之) 덕행(德行) 이요. 즉시 그날부터, 맹인(盲人)잔치를 여시는데, 각도(各道) 각읍(各邑)으로 행관(行關)하시되, 대소인민간(大小人民間)에 맹인(盲人)잔치 참여(參與)하게 하되, 만일(萬一) 빠진 맹인(盲人)이 있으면, 그 고을 수령(守領)은, 봉직파면 (奉職罷免) 하리라. 각처(各處)에 전령(傳令)하여노니, 어명(御命)인지라 지어 (至於) 애기봉사까지, 잔치에 참여하게 되었구나.

 

<세마치(잦은 진양)>

그때의 심봉사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근근부지(僅僅扶持) 지내갈적. 무릉촌 승상부인(丞相夫人)이, 심소저(沈少姐) 효행(孝行)에 감동(感動)되어, 망사대(望思臺) 옆에다 타루비(墮淚碑)를 세웠는데 비문(碑文)에 하였으되, 지위기친(至爲其親) 폐쌍안(廢雙眼)하야, 살신성효(殺身成孝) 행선거(行船去) 라. 연파만리(煙波萬里) 상심벽(常深碧)하니, 방초연연(芳草年年) 환불귀(還不歸)라. 이렇듯 비문(碑文)을 하야, 세워 놓으니, 오고 가는 행인(行人)들이, 뉘 아니 슬펴하랴. 심봉사도, 딸생각이 나거드면, 지팡막대 흩어짚고, 더듬더듬 찾아가서, 비문을 안고 우드니라. 일일(一日)도 시봉사, 마음이 산란하여, 지팡막대 흩어 짚고, 타루비(墮淚碑)를 찾아 가서, 후유,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또 왔다. 너는, 애비눈을 띄우려고, 수궁고혼(水宮孤魂)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날 데려 가거라, 나를 데려 가거라. 산신(山神) 부락귀(部洛鬼)야 나를 잡아 가거라. 살기도 나는 귀찮하고, 눈 뜨기도 내사 싫다. 비문(碑文) 앞에가 엎드러져서, 내려둥글 치둥굴며, 머리도 찧고, 가슴 꽝꽝. 두발을 굴러, 남지서지(南之西之)를 가르치는구나.

 

<아니리>

낮이면, 강두(江頭)에 나가 울고, 밤이면, 집에 돌아와 울고, 울며 불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데, 마침, 본촌(本村)에 묘(妙)한 여인(女人)네가 하나 사는데, 호(號)가 뺑파것다. 심봉사가 딸 덕분에, 전곡간(錢穀間)이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웃사람 알지 못하게, 자원(自願) 출가(出家)하였것다. 이여인네가 어떻게, 입주전부리가 궂던지, 말로다 할 수 없던 가부더라. 거 불쌍한 심봉사 가산(家産)을, 꼭 먹성질로만 탕진(蕩盡)을 하는데, 행실(行實)이 꼭 이러것다.

 

<잦은머리=평계면>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떡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양식(糧食)주고 술 사먹고, 쌀 퍼주고, 고기 사먹고, 이웃집에 밥 붙치기, 통인(通人) 잡고 욕잘하고, 초군(樵軍)들과 싸움하기, 잠자며 이 갈기와, 배끓고 발목떨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行人) 드려, 담배 달라 신란하기, 힐끗 하면 핼끗하고, 핼끗 하면 힐끗 하고 뺏죽하면 삣죽하고, 뺏죽하면 삣죽하고, 술잘먹고, 정자(亭子)밑에 낮잠 자기, 남의 혼인(婚姻) 허량으로, 단단히 믿었는데, 해담을 잘 하기와 신랑신부(新郞新婦) 잠자는데, 가만 가만 가만, 문앞에 들어서며, 봉창에 입을 대고, 불이야. 이년의 행실이, 이리 하여도, 심봉사는 아무런줄을 모르고,

 

<아니리>

어찌 미쳐 놓앗던지, 나무칼로 귀를 싹 베어가도, 모르게 되었것다. 심봉사 하루는, 돈궤에 손을 넣어 보니, 엽전(葉錢) 한 푼이 없것다. 여, 뺑파, 돈궤에 엽전(葉錢), 한 푼이 없으니, 이게 어찌 된일이여. 아이고, 영감도 저러기에 외정(外丁)은, 살림속을 몰라. 아 영감 드린다고 술 사오고, 고기 사오고, 떡 사오고, 담배 사오고, 이리저리 쓴 돈이, 그돈이 그돈이지, 하늘에서 뚝떨어진 돈이요. 체, 술 고기 떡 담배, 많이 사다주더라. 계집 먹은것, 쥐먹은 것이라더니, 할 수 있나. 하루는 관가(官家)에서 부름이 있어 들어간즉, 황성 (皇城)서 맹인(盲人)잔치를 배설(排說) 하였는데, 만일(萬一) 불참(不參)하면, 중죄(重罪)를 면치 못할 것이니, 어서급히 올라가라고 노비(路費)까지 후히 내어주었구나. 그 노비(路費) 받아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여보 뺑파.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하였는데, 잔치에 불참하면 중죄를 면치 못한다니, 어서 올 라가세. 노비까지 후이주데 뺑파가 그의 노비까지 올길양으로, 아이고, 영감 여필종부(女必從夫)라니, 천리(千里)라도 만리(萬里)라도, 영감 따라 가제. 어느놈 따라갈놈 있소. 아닌것이 아니라, 우리뺑파 같은 사람 없더라. 열녀(烈女)다 열녀(烈女)여, 암 백녀(百女)지. 행장을 챙겨 지고 이고, 막상 도화동을 떠나 가자니 섭섭하것다.

 

<중모리=계면>

도화동(桃花洞)아 잘 있거라. 무릉촌(武陵村)도 잘 있거라. 내가 이제 떠나가면, 어느년 어느때 오려느냐. 어이가리 너, 어이 가리, 황성천리(皇城千里)를 어이 가리. 조자룡(趙子龍)이 월강(越江)하던, 청총마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時)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요내 다리로, 몇날을 걸어서, 황성(皇城)을 갈거나,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소리나 좀 멕여 주소. 다리 아파 못 가것네. 삥덕이네가, 길소리를 맡는데, 어디서 들었는지다 경상도(慶尙道) 메나리조와, 전라도(全羅道) 밭매기 소리를 반반(半半) 메기것다. 어이가리 너, 어이를 갈거나, 어이 가리 너, 어이 갈거나. 날개 돋힌 학이나되면, 수루루 펼펄 날아, 이날 이시(時)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봉사 가장(家長), 데리고 몇날을 걸어서, 황성(皇城)을 갈거나. 일색(一色)이다, 일색(一色)이여. 우리 뺑덕이 네가 일색(一色)이여. 이렇듯이 올라가다, 일모(日暮)가 되니, 주막(酒幕)에 들어 잠잘 적에, 그때의 뺑덕이네는, 근처(近處)사는, 황봉사(皇奉事)와 등이 맞아, 심봉사를 잠들여 놓고, 밤중에 도망을 하엿는데, 심봉사는 아무런 줄을 모르고, 첫 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심봉사 새벽쯤 잠이 깨어, 여보소 뺑파, 뺑파. 어허 오뉴월 삼복(三伏)더위라, 낮에는 더워서 갈 수 없고, 새벽길로, 사오십리(四五十里) 처야할띄. 뺑파 뺑파, 아무리 부른들, 도망간 예편네가, 대답이 있겠느야. 심봉사 겁이 왈칵 나, 여보 주인, 우리 마누라 혹 안에 들어갔소. 아니오 간밤에 어느 봉사와 밤길 친다고, 벌써 떠났소. 무엇이 어째, 아니 그러면, 주인녀석이 되어가지고, 인제사 그런 말을 하여, 아, 그 봉사와 내외간(內外間)인줄 알았지. 심봉사님과, 내외간(內外間)인줄 알았소. 그도 그렇것다. 이이고 이년 갔구나. 허허허.

 

<진양조=진계면>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예이, 천하(天下) 의리(義理) 없고, 사정없는 요년아. 당초에 네가 버리테면, 있든 곳에서 마다고하지. 수백리(數百里), 타향(他鄕)에다가 날 버리고, 네가 무엇이 잘 될소냐. 귀신이라도 못되리라 요년아. 너, 그러줄 내 몰랐다. 아서라 내가 시러베에 아들놈이제, 현철(賢哲)하신 곽씨(郭氏)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出天大孝) 내 딸 청이도, 생죽음을 당했는데, 네까짓 년을 생각하는 내가, 미친놈 이로구나. 에라, 이 호랑이나 바싹 깨물어 갈년. 심봉사 하릴없어, 주인에게 작별하고,

 

<중머리>

주막(酒幕)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나서, 뺑덕이네 뺑덕이네. 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야, 요, 천하(天下)에 무정(無情)한 사람, 눈뜬 가장(家長) 배반(背反)키도 사람치고는 못 할텐데, 눈 어둔 날 버리고, 네가, 무엇이 잘 될소냐. 새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바람만 우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하고, 새만 푸르르 날아 가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하네. 더듬더듬 올라갈적,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성염(三伏盛炎)이라. 태양(太陽)은 불볕 같고, 더운 땀을 휘 뿌릴제, 한 곳을 점점 내려갈제,

 

<중중머리=평계면>

천리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골 물이 주르르 저 골 물이 꿜꿜, 열에 열두 골물이 한테로 합수(合水)쳐 천방(千方)자 지방(地方)자, 언덕쳐 구비쳐, 방울이 버끔쳐 건너 병풍석(屛風石)에다 아주 쾅쾅, 마주 때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이런 경치(景致)가 또 있나. 심봉사 좋아라, 물소리 듣고 반긴다. 목욕(沐浴)을 할양으로, 상하의복(上下衣服)을 훨훨 벗어, 지팽이로 눌러놓고, 더듬 더듬 들어가, 물에 풍덩 들어앉으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좋다. 물한 주먹을 더벅 쥐어, 양치질도 꿜꿜하고, 또 한주먹 더벅 쥐어, 엉덩이로 문지르며 에이 시원하고 장(壯)히 좋다. 삼각산(三角山) 올라선들, 이에서 시원하며, 동해유수(東海流水)를 다 마신들, 이에서 시원할거나. 얼시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둠벙둠벙 좋을시고,

 

<아니리>

이렇게 목욕을 시원하게 하고 나와서 보니, 어떤 무상(無常)한 도적(盜賊)놈이, 심봉사 의관행장(衣冠行裝)을, 싹 가져가 버렸것다. 심봉사 기가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또 한바탕, 설음으로 우는데,

 

<중머리=계면>

아이고, 아이고, 내신세야. 백수풍신(白首風身) 늙은 몸이 의복(衣服)이 없었으니, 황성천리(皇城千里)를 어이 가리. 위 아래를 훨씬 벗고, 더듬 더듬 올라 갈적, 체면(體面)있는 양반(兩班)이라, 두 손으로 앞 가리고, 내 앞에 부인네, 오거든 돌아서서, 가시오 나 벗었소.

 

<아니리>

뜻박에 관자(官子)가 내려오는대, 에이 찌루, 에이 찌루 허. 심봉사 이말을 듣더니, 옳다 되었다, 관(官)은 민지(民之) 부모(父母)라 하였으니, 내 억지나 좀 써보리라. 두 손으로 앞 가리고, 기엄 기엄 들어가며 아뢰어라 아뢰어라, 급창(及唱) 아뢰어라. 황성(皇城)가는 봉사로서, 백활차(白活次)로 아뢰어라. 행차(行次)가 머물더니, 어디사는 소경이며, 무슨 말을 하려는고.

 

<중머리=계면>

예, 소맹(小盲)이 아뢰리라. 예, 소맹(小盲)이 아뢰리라. 소맹(小盲)이 사옵기는, 황주도화동(黃州挑花洞) 사옵는데, 황성 잔치가는 길에, 하도 날이 더옵기로, 목욕을 하고 나와 보니 의관행장(衣冠行裝)이 없소그려. 찾아 주고 가시던지, 한벌 내어 주고 가시던지, 별반(別般) 처분(處分)을 하옵소서.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하였으니 태수장덕택(太守長德澤) 에 살려주오.

 

<아니리>

태수(太守) 이말 들으시고, 심봉사를 가긍(可矜)히여겨, 의관행장(衣冠行裝)을 내어 주었구나. 심봉사 황송한 말슴이오나, 무상한 도적놈이, 담뱃대까지 가져갔사오니,이를 어찌 하오리까. 태수(太守) 허허 웃고, 담뱃대까지 내어 주었것다. 심봉사 백배(百拜) 사례하직(謝禮下直)하고 낙수교(洛水橋)를 지나, 녹수정(綠樹亭)을 건너, 한곳을 당도하니, 여러 부인(夫人)네들이, 방아를 찧노라고, 야단이것다. 한 여인네가 심봉사를 보고, 조롱(嘲弄)을 하는데, 홍, 근래봉사(近來奉事)들, 한시레 주두고. 저 봉사도 황성(皇城), 맹인(盲人) 잔치 가지맹. 거 이리와 방아나 좀, 찧어 주고 가제. 방아를 공연히 찧어줘. 아, 방아만 찧어주면, 고기반찬에 밥도 주고, 술도 주고, 담배도 한묶음 주지라우. 그것 참 실없이, 여러 가지것 준다. 그럽시다. 일포식(一飽食)도 재수(財數)라고, 방아나 한번 찧어 보지오. 그러나 여보시오, 부인네들 막내이가라 하였으니, 방아를 찧드래도, 선소리를 맞춰가며, 찧읍시다. 심봉사가 점심밥을 얻어 먹을 작정으로 방아를 찧는데,

 

<중중머리=평계면>

어유아 방아요. 어유야 방아요. 떨그덩덩 잘 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덕(以木德)으로 왕하였으니, 낭기 아니 중할소야. 어유아 방아요. 유소씨(有巢氏) 구목위소(構木爲巢), 이 낭기로 집지셨나. 어유아 방아요, 옥빈홍안(玉賓紅顔) 태도(態度)련가. 가는 허리에 잠(簪)이 찔렸구나. 어유아 방아요 땅그렁 떵, 짤찧는다. 어유아 방아요.머리들어 오르는양은, 창해노룡(蒼海老龍)이 성을 낸듯. 어유아 방아요. 머리숙여 내린 양은, 주문왕(周文王)의 돈수(頓首)일런가. 어유아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왕궁(楚王宮)의 인(人) 허리일런가, 어유아 방아요. 오거대부(五車大父) 죽은 후에, 방아 소리가 끝쳤더니, 우리 성상(聖上) 즉위(卽位)하사 국태민안(國泰民安) 하옵신데, 하물며 맹인잔치,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 방아타령을 하여보자. 어유아 방아요. 덜그덩덩 잘 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아니리>

여보시오 봉사님, 우리가 이렇게, 방아를 찧다가는 몇날이 걸릴지 모르겠소, 그럼, 자주 자주 찧읍시다.

 

<잦은머리=평계면>

어유아 방아요. 어유아 방아요. 만첩청산(萬疊菁山)을 들어가, 길고 곧은 솔을 베어, 이 방아를 놓았는가. 어유아 방아요. 방아 만든 형용(形容)보니, 사람을 비(比)양턴가. 두 다리를 쩍 벌렸구나. 어유아 방아요. 한다리 올려딛고, 한다리 내려 딛고, 오리랑 내리랑, 하는양, 이상하고도 맹랑하다. 어유아 방아요. 황성천리(皇城千里) 가는 길에, 방아찧기도 처음이로구나. 어유아 방아요. 덜크덩덩 잘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보리쌀 뜨물에 풋호박국 끓여라. 우리 방아꾼 베충부르자. 어유아 방아요. 덜크덩덩 잘 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고소하구나 꽤방아, 찐뜩 찐뜩 찰떡방아. 어유아 방아요.재채기난다 고추 방아. 어유아 방아요. 어유아 방아요. 덜커덩덩 잘 찧는다. 점심때가 늦어간다. 어유아 방아요.

 

<아니리>

심봉사가 방아를 찧고, 점심밥을 잘 얻어 먹고, 그렁저렁 황성을 당도하여, 한곳을 다달으니, 어떠한 부인이, 심봉사를, 소상(昭詳)각지 알고 찾거늘, 심봉사 거 괴히여겨, 이곳에서, 나를 알리 만무한데, 이상한 일이다. 그여인 따라가, 외당(外堂)에 앉아, 석반(夕半)을, 든든히 먹은후, 여인이 다시 나와, 여보시오 심봉사님 나를 따라 내당(內堂)으로 들어가사이다. 아니, 왜이러시오. 나는 봉사만 되었지, 독경(讀經)도 못하는 봉사요. 혹(或) 댁에 의단(疑端)있소. 아니 올시다. 내당(內堂)에서, 찾사오니 어서 들어 가사이다. 심봉사 마지못해, 내당에 들어가니, 어떠한 부인(夫人)이 좌(坐)를 주며 하는말이,

 

<평중머리=평계면>

그 부인이 하는말이, 소녀(少女)는 안가(安哥)이요. 나도 어려서, 부모(父母) 일찍 기세(棄世)하고, 복술(卜術)을 배웠기로 평생(平生)을 아자지(我自知)라. 이십오세(二十五歲)에, 길년(吉年)이 있는데, 금년(今年), 이십오세(二十五歲) 일 뿐더러, 간밤에 꿈을 꾸니, 하늘에 일월(日月)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기로, 심씨(沈氏) 맹인(盲人)인줄 짐작(斟酌)하고, 차차(次次) 사람을 놓아, 이제야 만나 뵈었으니, 인연(因緣)인가 아옵니다.

 

<아니리>

저, 버리지 않으시면 평생한(平生恨)이 없겠네다. 심봉사 속으로는 좋으나, 어데, 그럴 수가 있소. 내게는 천부당 만부당 일이요. 그날밤이 어찌 되었든지, 동방화촉(洞房華燭)에 호접몽(蝴蝶夢)을 꾸었것다. 심봉사. 새벽 일찍 잠이 깨어. 수심겨워 하는 말이, 여보시오 안씨맹인,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소, 내가, 불 속으로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벗겨, 북을 메어 보이고, 나뭇잎이 떨엊져 뿌리를 덮어보이니, 나 죽을 꿈 아니요. 안씨맹인 이말을 듣고, 해몽(解夢)을 하는데, 신입화(身入火) 하니 화락이요. 개피작고(開皮作鼓)하니, 큰소리 날것이요. 낙엽(落葉)이 귀근(歸根)하니, 자녀(子女)를 가봉(可逢) 이라. 그 꿈 장히 좋소이다. 오늘 궐내(闕內)에 들어 가시면 좋은 증험(證驗)이 있으리라. 아니 자녀를 가봉(可逢)이라니, 내게는 천부당(千不堂) 만부당(萬不當)이제. 뜻밖에,

 

<중중머리=권마성제>

어전사령(御殿使令)이 나온다. 어전사령(御殿使令)이 나온다. 각도각읍(各道各邑) 맹인(盲人)님네, 오늘 잔치 망종이니 바삐나와 참례(參禮)하오. 골목골목 다니며, 이렇듯 외는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덩그렇게 들린다.

 

<아니리>

이때의 심황후(沈皇后)는, 맹인(盲人) 잔치를 열어 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부친이 아니 들어오니, 슬피탄식 우는 말이,

 

<진양조=계면>

이 잔치를 배설(排設)키는, 예부상서(禮部尙書)를 또다시 불러, 오늘도 봉사 거주(居住) 성명(姓名)을, 명백(明白)히 기록(記錄)하여, 차차(次次) 호송(護送)하되, 만일, 심맹인(沈盲人)이 계시거든, 별궁(別宮)안으로 모셔오라. 예부상서(禮部尙書) 분부 듣고, 봉사 점고(點考)를 차례(次例)로, 불러 나가는데, 제일말석(第日末席)에 앉은, 봉사 앞으로 당도하여, 여보시오, 당신 성명(姓名)이 무엇이요. 예, 나는 심학규(沈學奎)요. 옳다, 심맹인(沈盲人), 여기 계시다 하더니, 어서, 별궁으로 들어갑시다. 아니, 왜 이러시오. 우에서 상(賞)을 내리실지, 벌(罪)을 내리실 지는 모르나,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 안으로 모셔오라 하셨으니, 어서 들어 갑시다. 내가, 이럴 줄 알았제. 이놈 용케, 잘 죽으러 왔다. 내가 딸 팔아먹은 죄가 있는데, 이 잔치를 배설키는 천하 맹인(盲人) 만좌중(滿坐中)에, 나를 잡아 죽이려고, 배설한 것이로구나. 에라, 한 번 죽지 두번 죽것냐. 내 지팽이 잡으시오. 들어갑시다. 심봉사를 별궁으로 모시고 들어가, 심맹인(沈盲人) 대령(待令)하였소. 심황후(沈皇后), 부친(父親)을 쌀펴 볼제, 백수풍신(白首風身) 늙은 형용(形容), 슬픈 근심 가득한게, 부친(父親) 얼굴이 은은하나, 또한 산호주렴(珊瑚珠簾)이 앞을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아니 하니,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妻子)가 있나, 물어 보아라. 심봉사(沈奉士) 처자(妻子), 말을 듣더니마는, 먼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뚝 떨어지며,

 

<중중머리=진계면>

예, 소맹(小盲)이 아뢰리다. 예, 소맹(小盲) 아뢰리다. 소맹(小盲)이 사옵기는, 황주(皇州) 도화동(挑花洞)이 고토(故土)옵고, 성명(姓名)은 심학규(沈學奎) 요. 을축년(乙丑年) 정월(正月) 달에, 산후증(産後症)으로 상처(喪妻)하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襁褓)에다 싸서 안고,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동냥 젖을 얻어 먹여, 겨우 겨우 길러내어, 십오세(十五歲)가 되었는데, 효성(孝誠)이 출천(出天)하여, 애비 눈을 띄인다고, 남경장사 선인(船人)들께,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인당수(印塘水) 제수(祭需)로, 죽으로 간지가 삼년(三年)이요.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子息)만 팔아 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匕首劒)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잦은머리=진계면>

심황후(沈皇后) 이말 듣고, 산호주렴(珊瑚珠簾)을 걷어버리고, 보선발로 우르르르, 부친(父親)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沈奉士) 깜작 놀라. 아니, 아버지라니, 뉘가 날더러 아버지여. 에이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無男獨女) 외딸 하나, 물에빠져 죽은지가, 우금(于今) 삼년(三年)인데, 뉘가 날더러 아버지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印塘水) 풍랑중(風浪中)에, 빠져 죽던 청(淸)이가, 살아서 여기왔소. 어서 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急)히 보옵소서. 심봉사(沈奉士)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아니 청이라니, 에잉 이것이 웬 말이냐. 내가 지금 죽어, 수궁에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는 내 딸 청이,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아이고 답답하여라. 두 눈을 끔적, 하더니만은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이게 모두, 부처님의 도술(道術) 이것다. 심봉사(沈奉士) 눈 뜬 훈(熏)김에, 여러 봉사들도, 따라서 눈을 뜨는데,

 

<잦은머리=단계면>

만좌(滿坐) 맹인(盲人)이 눈을 뜬다. 어떻게 눈을 뜨는고 하니, 전라도(全羅道) 순창담양(淳昌潭陽), 새 갈모 떼는 소리로 짝 짝 하더니마는, 모두 눈을 떠버리는구나. 석달 동안 큰 잔치에, 먼저 나와 참여하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희집에서 눈을 뜨고, 미쳐 당도 못한 맹인, 중로(中路)에서 눈을 뜨고. 가다가 뜨고, 오다가 뜨고, 서서 뜨고, 앉아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화내다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시원히 뜨고, 앉아노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번뜻 뜨고, 지어(至於) 비금주수(飛禽走獸)까지, 일시(一時)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光明天地)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봉사, 정신(精神)을 차려, 궁(宮)안을 살펴보니, 칠모금관(金冠) 황홀(恍惚) 하여, 딸이라니, 딸인줄 알지, 전후불견초면(前後不見初面)이라. 가만히 살펴 보니.

 

<중머리=계면>

옳지 인제 알겠구나. 내가 인제야 알겠구나.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꿈속에 보던 얼굴, 분명한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引導還生)을 하였는가. 내가 죽어서 따라 왔느냐.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生時)냐. 꿈과 생시, 분별(分別)을 못 하겠네. 나도 이제까지 맹인(盲人)으로 지팽이를 짚고 다니면은, 어디로, 갈 줄을 아느냐. 올 줄을 아느냐. 나도 오늘부터, 새 세상(世上)이 되었으니, 지팽이 너도, 고생 많이하였다. 이제는 너도, 너 갈데로 잘 가거라. 피르르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자, 좋을시구.

 

<중중머리=계면>

얼씨구나 절씨구. 지화자 좋을시고.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궁궐(皇星宮闕)이 웬 일이며, 궁(宮)안을 살펴보니, 창해만리(滄海萬里) 먼 먼 길에, 인당수(印塘水) 죽은 몸이, 환세상(還世上) 황후(皇后) 되기, 천천만만(千千萬萬)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 안에, 불킨듯이 반갑고 산양수(山陽水) 큰 싸움에, 자룡(子龍) 본듯이, 반갑네.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나를 두고 이름인가. 얼씨구나 절씨구, 지화자자 절씨구. 일월(日月)이, 밝아 조림(眺臨)하여, 요순천지(堯舜千地)가 되었네. 부중생남(不重生男) 중생녀(重生女), 나를 두고 이름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 춤을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나.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이 덕(德)이 뉘덕(德)이냐. 심황후(沈皇后), 폐하(陛下)의 덕(德)이라. 태고(太古)적 시절이후(時節以後)로, 봉사 눈떳단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송천자(宋天子), 폐하(陛下)도 만만세(萬萬歲). 심황후(沈皇后) 폐하(陛下)도 만만세(萬萬歲). 부원군(府院君)도 만만세(萬萬歲). 여러 귀빈(貴賓)들도 만만세(萬萬歲), 천천만만세(千千萬萬歲)를, 태평(太平) 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나 좋을시고.

 

<아니리>

이렇게 춤으로 황극전(皇極殿)이, 춤바다가 되었는데, 그중에, 눈 못 뜬 봉사 하나 우두머니 서서, 울고 섰거늘, 심황후(沈皇后) 분부(吩咐)하시되, 지어비금(至於飛禽) 주수(走獸)까지도 눈을 떴는데, 어찌하여 저 봉사는, 눈을 못뜨는고. 그때의 황봉사(皇奉事)는 뺑덕이네 유인(誘引)한 죄(罪)로, 눈을 못 뜨고, 그 자리에 엎드러지며,

 

<중머리=계면>

예, 죄상(罪狀)을 아뢰리다. 예, 죄상(罪狀)을 아뢰리다.심부원군(沈府院君) 행차시(行次時)에, 뺑덕이란 여인(女人)을, 앞 세우고 오시다가. 주막(酒幕)에 들어 잠잘 적에, 그 여인(女人) 유인(誘引)하여, 밤중 도망(逃亡)을 하였는데, 그날밤 오경시(五更時)에, 심부원군(沈府院君) 우시는 소리, 구천(九天)에 사무쳐서, 명천(明天)이 아신바라. 여태 눈을 못 떴으니, 이런 천하(天下) 못쓸놈을, 살려두어 쓸데있소. 당장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황후(沈皇后) 이 말을 들으시고, 인수(引水) 무갈(無渴)이요 개칙위선(改則爲善)이라. 네가 네죄를 아는고로, 시이(是以) 살리노라. 어서 눈을 뜨라 어명(御命)하여 노니, 황봉사가 그제야 눈을 뜨는데, 마치 총놓기 좋을만 하게, 한 눈만 떴구나. 이런 일을 보드라도,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요.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악(必有餘惡)이라. 어찌, 천도(天道)가 없으리오.

 

<엇 중머리=평조>

그때의 심생원(沈生員)은, 부원군(府院君)을 봉(封)하시고, 안씨맹인교지(安氏盲人敎旨)를 내려, 정렬부인(貞烈夫人)을 봉(封)하시고, 무릉촌(武陵村) 승상부인(丞相夫人)은 별급상사(別給賞賜) 하시고, 그 아들은, 직품(職品)을 도도아, 예부상서(禮部尙書) 시키시고, 화주승(化主僧)은 불러 올려, 당상(堂上) 을 시키시고, 젖 먹이던 부인(婦人)들과 귀덕어미는, 천금상(千金賞)을 내리시고, 도화동(桃花洞) 백성(百姓)들은, 세역(稅役)을 없앴으니, 천천만만세(千千萬萬歲)를 누리더라. 어화 여러 소년(少年)님네, 인간(人間)의 백행근본(百行根本) 충효(忠孝)밖에 또 있느냐. 그뒤야 뉘 알소냐. 그만 더질더질.

출처 - 함께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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