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마당 > 장단

장단

장단의 개념
판소리에서 “소리”즉 인간의 성대를 울려서 나오는 음성이 살(肉)이라 한다면 장단은 판소리의 뼈(骨)라고도 할 수 있으리만큼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른 보기에는 고수(鼓 手)가 소리에 맞추어 북으로 반주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마는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고수가 장단을 짚어주지 않으면 가수는 입을 벌릴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단이 판소리의 골격(骨 格)이라는 비유는 결코 허황된 비유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이 장단의 중요성과, 또 장단을 운용하는 고수의 구실을 중요시하여 “일 고수 이 명창(一 鼓 手 二 名 唱)”이라는 말이 전해 오고 있는 터이다.
이 말은 곧 제 아무리 천하를 울리는 명창이라 하여도 고수를 잘 만나지 못하면 자기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고수가 맡아서 운용하는 장단은 판소리에서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소리의 장단에서 쓰이는 악기는 반드시 북이라야 한다.
그리고 북에도 이른바 소리북이라 하여 판소리 장단에 쓰는 것이 특별히 있어서 꼭 그것을 써야만 한다.
따라서 장구는 판소리의 장단에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장단에 쓰이는 악기도 반드시 격에 맞는 것만이 허용된다는 사실은 곧 판소리 장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고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장단에 쓰는 북이란 얼른 보기에는 가장 간단한 악기인 것처럼 보이지마는 그 주법(奏 法)은 매우 복잡하다. 즉 강유(剛 柔). 명암(明 暗). 강약(强 弱). 고저(高 低). 장단(長 短) 등을 소리의 사설(문학적인 내용)에 맞도록 연주하여야 한다.
게다가 장단은 가수와 완전히 호흡이 맞아야 하고 일호의 차착이라도 있으면 소리는 흐트러지고 마는 법이다.
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사설의 내용에 따라서는 다양한 변주법(變 奏 法) 을 구사함으로써 극적(劇 的)인 효과를 나타내어야 하고, 또 소리의 음양(陰 陽)즉 소리를 밀고 댕기고 맺고 푸는 선율(旋 律)의 기복(起 伏)에 따라서 장단에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장단을 맡은 고수의 기능은 결코 가수의 기능에 뒤진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장단(長 短)이라는 용어(用 語)는 몇 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복잡한 개념을 갖는다.
우선 “장단”은 서양 음악에서 말하는 박자(拍 子)하는 개념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중머리”장단은 4/12박자, “중중머리”장단은 8/12박자와 같은 것이다 다음으로 “장단”이란 말에는 속도를 나타내는 뜻이 포함되어 이다.
즉 같은 12박자일지라도 4/1속도이면 “중머리”가 되고 8/1속도 이면 중중머리가 되는 것과 같은 것을 포함이다.
다음으로 꼭 같은 박자와 꼭 같은 속도로 연주한다고 하더라도 강약이 다르면 장단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즉 중중머리 장단과 “굿거리”장단은 박자나 속도는 꼭 같지마는 강약이 다르기 때문에 구별 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렇듯 장단이란 말의 뜻은 박자와 속도와 강약의 차이를 구별하여 연주하여 판소리 음악의 하위개념(下 位 槪 念)의 장르 명칭이라 하겠다.
따라서 장단은 서방 음악에서 말하는 이른바 meter라는 개념 보다는 블루스, 탱고, 폭스 트로트, 왈츠, 스케이팅 왈츠, 폴카 등과 같은 무용음악의 용어와 비슷한 개념을 지닌 말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를테면 블루스와 탱고는 박자와 속도가 같지만 강약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종류의 장르로 간주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단의 종류
우리의 전통 음악에는 위에서 말한 박자. 속도. 강약의 차이에 따르는 장단의 종류 이외에도 주법(奏 法)과 용도(用 途)에 따라서 복잡 다기로운 장단의 종류들이 있다. 그러나 판소리 장단에는 진양. 중머리. 중중머리. 엇중머리. 잦은몰이. 휘몰이 .엇머리 등 7가지 장단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 사람에 따라서는 세마치 . 단모리 . 휘중모리 등도 독립된 장단으로 간주하고, 나머지 단모리. 휘중모리. 세마치 등은 기본 장단의 변주법(變 奏 法)으로 간주하려고 하는 바이다.

진양

사람에 따라서는 “진양조”라고도 하는 이 장단은 판소리 장단 중에서 가장 느린 장단이다.
이 진양의 기원에 대해서는 김성옥(金 成 玉)이 창제하였다는 설화가 구전으로 전해 오고 있으며 이를 완성한 것은 송흥록(宋 興 祿)으로 보는 이도 있다.
또 전라도 민요인 육자배기에서 파생하였을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그런데 이 진양은 대개의 경우(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애원성(哀 怨 聲)이나 비조(悲 調)를 띠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육자배기에서 파생하였을 가능성은 근거가 있는 고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양은 6박(拍)을 한 각(角. 刻. 脚 ?)으로 하되, 이 6박을 4각으로 얽어서 24박 한 장단을 이룬다.

중머리

우선 이 장단의 명칭을 사람에 따라서는 “중러리” 또는 “중모리”의 두 가지로 불러 왔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고 박헌봉 선생의 의견을 따라 중머리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일반적으로 이 장단의 명칭을 “중모리”라 부르는 쪽보다는 “중머리”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다음으로는 복합명사의 조어법(造 語 法)으로 보았을 때, “잦은몰이” “휘몰이”는 두 개의 품사의 어원을 밝힐 수가 있기 때문에 복합명사로서 그 성립이 가능하지마는 “중몰이”나 “중중몰이” 라고 했을 때 “중”이니 “중중”이니 하는 낱말의 뜻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어원을 밝힐 수 없어서 복합명사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중머리. 중중머리”는 복합명사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명사로 보고, “잦은몰이”와 “휘몰이”는 복합 명사로 보아 어원을 밝혀서 표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엇머리”, “엇몰이”로 어원을 밝힐 수도 있겠으나 장단의 성격으로 보아 “엇”, “모”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판소리 장단에서는 가장 이질적인 특징을 띠고 있기 때문에 복합명사가 아닌 “엇머리”라는 독립된 명사로 표기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본다.
이 중머리 장단은 판소리 장단의 근간을 이룬다고 하리만큼 많이 쓰이는 장단으로서 그 고법을 정간보와 구음, 그리고5선보로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보듯이 중머리는 한 장단이 12박으로 되어 있으나, 3박씩 나누면 결국 3박짜리 4각으로 구성된 장단이라 할 수 있고, 판소리 장단 운행의 원리인 ‘밀고 달고 맺고 푸는’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첫 3박은 ‘미는’소리로, 첫박은 합장단인 ‘쿵’으로, 둘째 박은 음박(陰 拍)으로서 ‘궁’을, 셋째 박은 ‘미는’소리이기 때문에 매화점 자리에서 ‘딱 따닥’을 친다.
다음 셋째 3박은 맺는 소리로서, 첫박은 음박으로 ‘궁’을 치고, 둘째 박은 ‘궁’을 치되 셋째 박에서의 맺는 박의 예비로 좀 강하게 울리고, 셋째 박은 ‘맺는 박’이기 때문에 온각 자리를 세게 ‘탁’하고 친다.
이때에 ‘맺는 ’박의 효과를 더하기 위하여 왼손 바닥으로 ‘궁’을 울리자마자 더 이상 울리지 않도록 궁편을 막아버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넷째 3박은 ‘푸는’소리로서, 첫 박의 ‘궁’은 분명히 울려 주어야 푸는 소리의 감이 잡힌다.
또 둘째 박은 울리지 않고 손가락으로 짚어만 주고
셋째 박에서 ‘궁’ 을 울려서 완전히 푼다.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중머리 장단의 ‘원박’ 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소리의 진행에 따라서 여러 가지 변주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체로 판소리 작곡가들은 단조로운 ‘대마디 대장단’ 을 기피하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에 맺을 대서 맺지 않고 달고 넘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중머리라 할지라도 진양보다도 더 늦게 부르는 ‘늦은 중머리’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중중머리’보다도 빠르게 몰고 나가는 ‘잦은 중머리’도 있어서 속도에도 변화가 많은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숙달한 고수일수록 이 중머리 장단을 제대로 치기가 어렵다고 한다.

잦은몰이

앞에서 본 중머리나 중중머리에서 3박 4각의 12박이던 것이 워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4박 4각으로 줄이어 이루어진 장단이 곧 이 ‘잦은몰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그 명칭도 ‘잦게’ ‘몰아’ 간다고 하여 ‘잦은몰이’로 불린다고 보아서 ‘잦은머리’라 하지 않고 ‘잦은몰이’로 표기하려 한다.
첫째 박은 장단의 시작임으로 합장단인 ‘쿵’으로 밀고,
둘째 박은 음박으로 ‘궁’을 손가락으로 짚기만 하여 달아 주고,
셋째 박은 ‘궁탁’으로 온각 자리에서 맺고,
넷째 박은 뒷손으로 ‘궁’을 내어 풀어 준다.
그러나 비록 ‘원박’은 이렇다 할지라도 실제 창에서는 달아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네 개의 악절을 하나의 단위로 보고 밀고 달고 맺고 푼다는 생각으로 장단을 짚어 나가면 대체로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휘몰이

이 휘몰이는 앞에서 본 잦은몰이를 빠르게 휘몰아 나가는 장단이다.
따라서 정간보와 구음은 잦은몰이와 꼭 같고 다만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원박’은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워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몇 장단씩 달고 나가다가 맺는 수가 많다.
따라서 앞에서 본 잦은몰이나 휘몰이는 달고 나갈 때에는 그저 ‘쿵 궁 궁 궁’으로 짚고만 나가다가 맺을 때에만 ‘탁’하고 맺는 식으로 나가는 수가 많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합장단으로 ‘쿵’만 울리고 나머지 3박은 음박으로 짚기만 한다.

엇머리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장단이다.
즉 판소리에서 쓰이는 장단은 대부분 3박자이나 이 엇머리 장단은 3.2.3.2 라는 3분박과 2분박이 교대로 섞여서 10박으로 구성되어 있는 장단이다.
따라서 그 명칭도 어긋나게 나가는 머리라 하여 엇머리로 불렸다고 보인다.
첫3박은 합장단으로 시작하여 소리를 밀고, 제2각인 첫2박은 반각을 쳐서 달아 두고, 제 3각인 둘째 3박은 맺는 자리이기 때문에 온각 자리를 쳐서 ‘탁’으로 맺고, 제4각인 둘째 2박은 푸는 차례이기 때문에 뒷손으로 풀어 준다.
그러나 이 엇머리도 비교적 빠른 장단이기 때문에 달고 나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악절이 흘러가는 가운데 밀고 달고 맺고 풀어야 할 때가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엇중머리

엇중머리는 보통 속도의 6박으로 된 장단이다.
즉 첫.둘째박은 장단의 머리이므로 합장단으로 시작하여 ‘쿵궁’으로 치고,
셋째 박은 반각 자리를 치며,
네, 다섯째 박은 맺는 자리이기 때문에 다섯째 박에서 온각 자리를 ‘궁 탁’으로 맺고,
여섯째 박은 푸는 자리이기 때문에 뒷손으로 푼다.
그런데 이 엇중머리 장단은 엇붙임이 없고 또 소리가 대체로 한 악절을 단위로 끊어져서 맺기 때문에 달지 않고 대마디 대장단의 원박대로 쳐지는 장단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판소리는 이 엇중머리 장단으로 끝을 맺는 것이 보통이고, 중간에도 더러 이 장단이 운용되는데 사설의 내용이 주저스러운 경우에 이 장단을 쓰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다.
이상에서 열거한 7가지 장단 이외에, 진양을 빠르게 치는 장단을 ‘세마치’라 하고, 빠를 휘몰이 장단을 ‘단몰이’라고도 하며, 중중머리를 빠르게 치면 ‘휘몰이’라고도 한다.

고수(鼓手)의 구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판소리는 결코 창자 한 사람의 독연 무대가 아니라 창자와 고수의 2인 무대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창자(唱 者)가 꽃이라면 고수는 나비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판소리 무대에 고수가 없어서는 나비 없는 꽃밭과도 같이 쓸쓸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의 나비 구실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성실하고 엄격한 인격을 갖추어야 하고, 박력 있는 연기력을 지녀야 한다.
북채를 쥐는 법, 북통을 놓는 위치, 왼손을 쓰는 법, 바른 손과 팔을 놀리는 방법, 앉은 자세와 시선(視 線)의 움직임 등에서 위엄이 넘쳐흘러야 한다.
이러한 기초가 틀이 잡힌 연후에 다음에서 드는 갖가지 중요한 구실을 한 몸으로 도맡아서 감당해 내어야 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일고수이명창”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하겠다.

반주자로서의 구실

고수는 우선 유능한 반주자로서의 자질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장단의 ‘밀고 달고 맺고 푸는’소리의 ‘생사맥(生 死 脈)’을 알고서 북채를 잡아야 한다.
게다가 ‘등배’를 가려서 북을 쳐야 음양이 뒤바뀌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각’이 생략되는데 ‘반각치기’로 응고를 할 줄 알아야 하고, 까다로운 ‘붙임새’를 또한 가려서 칠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소리에 특이한 리듬이 나오면 북도 그것에 맞추어 치는 이른바 ‘따라 치기’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지휘자로서의 구실

반주나 해주는 고수가 지휘자의 구실을 한다면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일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수가 맡은 구실 중에 매우 중요한 일이 창자를 이끌어 나가는 일이다.
창자가 창을 하다가 기운이 딸리던지 그 밖의 사정으로 소리가 처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고수가 처져가는 창을 맺는 자리에서 ‘거두어’주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창이 차츰 다부쳐져서 빨라지면 ‘한배’를 ‘늘여’주어야 한다.
또 ‘추임새’를 통하여 흥을 돋워 주기도 하고,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소리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상대역(相 對 役)의 구실

반주나 해주는 고수가 지휘자의 구실을 한다면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일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수가 맡은 구실 중에 매우 중요한 일이 창자를 이끌어 나가는 일이다.
창자가 창을 하다가 기운이 딸리던지 그 밖의 사정으로 소리가 처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고수가 처져가는 창을 맺는 자리에서 ‘거두어’주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창이 차츰 다부쳐져서 빨라지면 ‘한배’를 ‘늘여’주어야 한다.
또 ‘추임새’를 통하여 흥을 돋워 주기도 하고,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소리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효과(效 果)나 조명(照 明)을 대신하는 구실

서양의 연극 기술을 받아들인 오늘날에는 극적 상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음향 효과나 조명을 이용한다.
그러나 판소리에서는 그런 것 없이도 북장단으로써 소리판을 어둡게도 하고 밝게도 한다.
또 요란스런 전투 장면도 실감이 나게 그려낼 수도 있다.
이러한 효과는 고수의 ‘북가락’으로 이루어낸다.
흔히 ‘적벽가’중에서 ‘적벽강 불 지르는데’에서는 “북통에서 불이 붙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북통에서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렇듯 극적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고수가 피나는 노력 끝에 연마한 ‘북 가락’ 즉 변주법(變 奏 法) 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청중을 대변하는 구실

앞에서 판소리 무대는 창자와 고수 두 사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중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소리판으로 연출하는 구실을 맡은 것도 고수이다.
창자와 청중의 호흡을 맞추어 주고 소리판 전체의 분위기를 죽이고 살리는 것이 고수의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고수의 임무는 참으로 막중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창은 젊어도 명창이 나지마는 고수는 젊은 명고(名 鼓)는 없다”는 말이 나왔다고 보인다.
한사람의 힘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악기인 북을 가지고 갖은 조화를 부려야 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고 하겠다.
‘추임새’에 대하여
이 추임새란 쉬운 것이 아니어서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오랜 경험과 깊은 이해와 높은 감식안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추임새를 하는데 무슨 격식이나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우선 이 추임새는 “어이, 얼씨구, 좋다, 좋지, 잘한다, 어이, 그렇지, 아먼, 얼쑤, 어디”등과 같은 말들을 적절한 순간에 소리 질러 가수의 흥을 돋우고 청중의 분위기나 감흥을 자극하여 소리판을 어울리게 하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가수의 소리는 음악적인 특성이나 극적인 내용에 따라서 강약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이 강약의 변화에 따라 추임새도 자연히 강약과 고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그 밖에 가수의 소리에 휴지부가 있을 때에는 추임새로써 그 공간을 메워 주어야 하고, 때로는 소리의 심각성을 살리기 위하여 북 장단을 생략하고 추임새로써 타고(他 故)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수가 소리를 맛있게 만들기 위하여 한참 동안을 지수고 있을 때에는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추임새도 있다.
그러나 어떤 구실을 할지라도 추임새를 할 수 있는 자리는 대체로 ‘맺는’ 마디에서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