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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발성법

발성법의 기초

양성과 음성

이 발성법이란 모든 성악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전통적인 성악에서 발성법의 기본 원리가 다를 수 없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가곡. 가사. 시조. 판소리를 포함한 우리의 전통적인 성악에서 발성법의 기본 원리는 우선 배꼽 아래(丹田)에 힘을 주어서 밀어 올리는 양성과 잠아당기는 음성이 있다.
양성을 ‘미는 목’, 음성을 ‘당기는 목’이라고도 한다.
이 양성과 음성은 정확하게 쓰일 곳에서 써야지 만일에 음양이 뒤바뀌면 소리에 감칠맛이 없어져서 듣기에 어색한 소리가 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 음성이나 양성을 막론하고 소리의 성질에 따라서 ‘목에서 나는 소리’, ‘배에서 나는 소리’, ‘덜미에서 나는 소리’를 구분한다.
목에서 나는 소리란 평조를 부를 때의 발성법이고, 배에서 나는 소리는 우조나 계면조를 부를 때의 발성법이다. 그리고 덜미에서 나는 소리란 음성의 발성법을 이름이다.
그런데 이러한 발성법들은 원칙적으로 ‘통성’(通 聲: 목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으로 부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선천적으로 풍부한 성향을 타고 나지 않았을 경우 ‘세성(細 聲)’, ‘가성(假 聲)’ 또는 ‘속목’이나 ‘깎는 목’(깎아서 곱게 다듬은 소리)으로 소정의 음계에 도달하게 마련이다.

천구성과 득음한 목

선천적으로 풍부한 성량을 타고 났으면서 그 ‘목구성’이 아름답고 ‘애원성’이 낀 목을 ‘천구성’이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천구성’은 ‘수리성’(목이 약간 쉰 듯 한 허스키 보이스)이라 한다.
그러나 예로부터 이러한 ‘천구성’을 타고 난 사람은 목을 믿고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명창이 된 예가 드물었으며,
오히려 평범한 목을 타고 나서 열심히 공부한 끝에 얻는 ‘득음(得 音)한 목’이 더욱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득음한 목’이 목수의 가공 끝에 얻은 재목과 같은 것이라면 ‘천구성’은 목수의 가공을 빌지 않은 재목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는 구부러지고 휘인 소나무에 먹줄을 긋고 톱질을 하고 대패질을 하여 다듬어진 재목과 같아서 나무결이나 무늬가 아름다울 수 있지만 후자는 휘이지도 않고 구부러지지도 않은 버드나무나 오동나무와 같아서 톱질도 대패질도 할 필요가 없으나 재목으로서는 아름다울 수 없는 것과 같다는 뜻이 되겠다.
이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음이 ‘수리성’인 경우에는 판소리의 아름다운 자질로서의 혜택을 타고났다고 하겠으나, 이른바‘떡목’과‘양성’은 판소리의 가음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떡목’이란 듣기에 몹시 빡빡하고 탁한 성음을 이름이고, ‘양성’이란 소리에 그늘이 없고 깨 벗어서 지나치게 맑고 아름다운 성음을 이름이다.
판소리 발성에서 특히 ‘양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수리성’을 취하는 것을 서양의 성악에 귀 익은 현대의 청중은 얼른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판소리 음악을 옳게 이해하고 감상할 줄 아는 사람들은 ‘양성’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리가 지나치게 맑고 깨끗하면 깊은 맛이 없기 때문이다.
‘깊은 맛’이란 목 성음에 살이 붙고 그늘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판소리 발성의 사기(四 忌)

앞에서 말한 ‘떡목’과 ‘양성’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탐탁치 못한 판소리 성음이라면, 후천적으로 훈련함으로서 고쳐질 수 있는 네 가지 나쁜 소리가 있다.
즉 노랑목. 함성(含聲). 전성(轉聲). 비성(鼻聲)이 그것이다. ‘노랑목’은 남도 민요인 ‘육자배기’의 발성법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소리에 긴장감이 없는 것을 말한다.
‘함성’이란 소리가 입안에서만 울리고 입 밖으로 분명히 튀어나지 못하는 소리를 말하며, ‘전성’이란 일명 ‘발발성’이라고도 하는 떠는 소리를 이름이다.
그리고 ‘비성’이란 소리를 입 밖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코를 거쳐서 내보내는 콧소리를 이름이다.
이 네 가지 발성은 이른바 ‘사기(四 忌)’라고 하여 절대로 기피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상에서 보아 온 판소리 발성의 기초를 다시 정리하면 첫째로 양성과 음성의 구분이 분명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통성’을 바탕으로 삼아야 하며, 선천적으로 ‘수리성’을 타고 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떡목’이나 ‘양성’을 타고 난 사람은 명창을 대성할 가망이 없고 노랑목. 함성. 전성. 비성의 네 가지 금기를 노력해서 고치지 못하면 우선 성악가로서 낙제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실기자들은 이러한 발성법에 관한 기초 지식이 없어 네 가지 금기를 고치지 못할 뿐 아니라, 음양의 구분도 제대로 못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통성’으로만 내지르는 경우도 흔히 있다.
또한 일부 청중은 이 발성법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상을 하지 못하고 무작정 박수만 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발성의 기법

오성(五聲)과 모음(母音)

발성의 기법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물론 아(牙). 설(舌). 순(脣). 치(齒). 후(喉) 의 발성 기관의 기능을 잘 살려야 하는 데에 있다.
특히 어금니 근처를 울려서 내는 아성은 ‘아구성’이라 하여 매우 중요시되고 있으며, 이빨 사이로 내보내는 ‘치성’, 혀를 굴려서 내는 ‘설음’, 입술을 둥글게 하여 내보내는 ‘순음’ 등은 철저한 훈련을 쌓아야 한다.
이 5성이 분명하지 못하면 사설의 전달이 정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음의 발성에 못지않게 모음의 발음을 명백히 해야 하는 것도 아울러 주의해야 한다.
엄격히 말해서 판소리의 발성기법은 위에서 말한 5성과 모음 그리고 전항에서 말한 음성. 양성과 통성. 세성. 깎는 목 등으로 국한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장식음(裝飾音)

이러한 기본적인 발성상의 기법을 바탕으로 어떤 음절 안에서의 음정의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기법으로 드는 목. 찌르는 목. 채는 목. 휘는 목. 감는 목. 방울 목 등이 있고,
다시 이런 기법을 배합하여 만들어지는 장식음으로 꺾는 목. 제친 목. 구르는 목. 던지는 목. 퍼버리는 목. 등과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한 장식음들을 다시 복잡하게 배합시켜 한 음절에서 뿐만 아니라 몇 개의 음절에 걸쳐서 장식음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기지개를 켜듯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지개 목’, ‘연비여천(鳶 飛 戾 天)’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소리개 목’ 들어서 휘는 ‘무지개 목’ 이나 ‘추천 목’등이 그 대표적인 기법이라 할 것이다.

단청(丹靑)과 채색(彩 色)

이처럼 복잡한 장식음을 널리 활용하여 소리를 다채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기교를 단청 또는 채색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가꾸녁질’이라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명칭들은 요컨대는 소리를 갖은 채색으로 단청을 하여 가꾸어 낸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판소리의 묘미는 이 단청에 이르러서 비로소 그 진미를 맛 볼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설된 기법으로 섣불리 ‘가꾸녁질’을 서두르면 듣는 이에게 기쁨을 안겨주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판소리의 음역(音域)
서구의 성악에서는 성악가를 우선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다시 남성을 테너. 바리톤. 베이스의 세 종류로, 여성을 메조 소프라노. 소프라노. 알토의 세 종류로 나누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각종 성악가들의 음역은 많아야 세 옥타브 정도라 한다.
그러나 판소리의 경우 남창과 여창의 음역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그 음역이 넓을 수밖에 없다.
판소리에서는 표준 음계에 해당되는 옥타브를 ‘평성’(平 聲)이라 하고, 그 위의 옥타브를 ‘상성’(上聲), 다시 그 위를 ‘중상성’(重 上 聲) 또 그 위를 ‘시시상청’또는 ‘최상성’(最上聲)이라 한다.
그리고 평성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계를 ‘하성’(下 聲), 그 아래를 ‘중하성’(重 下 聲), 다시 하나 더 아래 옥타브를 ‘최하성’(最 下 聲) 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한 사람의 성악가가 발성해야 할 음역은 7개 옥타브가 되어서 서양 음악의 성악가들보다 곱절이 넘는 음역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판소리 성악가의 경우 더러는 ‘최상성’을 ‘통성’으로 내지 못하고 ‘세성’ 이나 ‘깎는 목’으로 내기도 하고, 부실해서 ‘중하성’에서 맴돌고 더듬어서 소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성’이 부실해서 ‘상성’으로만 뽑아내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선천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역사상의 이름난 명창들은 그야말로 와신상담 갖은 고생 끝에 음역을 넓혔다고 하는 이야기가 얼마라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판소리에서 그 음역이 넓은 것을 욕하는 것은 한 사람의 성악가가 작품 속에 나오는 모든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 또는 행동을 표현해야 한다는 판소리 예술의 본질적인 특징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