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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호흡하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 - 웹진 아르코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11/02/21
  • 조회수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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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과 호흡하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
  

인터뷰·글 :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이자람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많이 알려져 식상할지도 모르겠지만 5살 때 동요 '내 이름(예솔아!)'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17살 때 '심청가'를, 19살 때 '춘향가'를 완창하며 국악 신동으로 각광받았다. 모범적인 소리꾼의 길을 가는 듯 보였던 그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안무한 '춘향'에서 판소리 랩을 선보이는가 하면 영화 '미인'과 '가루지기'의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국악 뮤지컬 그룹 ‘타루’와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는 동시에 KBS라디오와 EBS에서 진행자로 활약했다. 그 뿐인가. 직접 대본과 작창, 소리까지 맡은 창작 판소리 '사천가'로 주가를 올리기가 무섭게 뮤지컬 '서편제'의 음악감독 겸 주연으로 출연했다. 또 최근엔 '적벽가'를 완창하며 소리꾼임을 재확인시켰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은 21세기형 전방위예술가 이자람을 탐구해보자.


이지람

▲ 소리꾼 이자람(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장지영 
2010년은 유난히 바쁘셨죠? '사천가'로 5월 폴란드 콘탁 국제연극제, 7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9월 미국 워싱턴 한미페스티벌과 시카고 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공연했고, 8월부터 11월까지는 
두산아트센터
            에서 뮤지컬 '서편제' 출연, 12월엔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적벽가' 완창 등 쉴 틈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참 늦었지만 폴란드 콘탁 국제연극제에서 최고여배우상을 수상한 것도 축하드립니다. 
지난 한해를 보낸

            소감 부탁드립니다.

이자람  생각지도 못한 수상을 비롯해 뜻깊은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이 일정들을 노트에 적던 2월즈음,

            과연 이것을 모두 해낼 수 있을까 많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나하나 해내며 즐거웠지만 막판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적벽가' 완창을 앞두고 건강이 좋지 못해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완창을 마쳤을 때 제 자신과 주변 지인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적벽가 완창
▲ 소리꾼 이자람이 4시간이 넘게 그녀의 네 번째 완창판소리 '적벽가'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스승인 송순섭 선생께 큰절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근영 고수.
(2010년 12월 4일 의정부예술의전당)(사진제공 : 의정부예술의전당)
 

장지영  '사천가'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요. 순덕이를 통해 착하게 살아도 
            손해보는 
한국 사회를 풀어내 현대적인 판소리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07년 초연한 뒤 
            시간이 4년이나 지났습니만 이 작품이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셨었나요?  초연부터
            조금씩 바뀌었는데, 어떻게 달라졌나요?

이자람  2007년 시작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아득한 기분이 드네요. 당시 정동극장에서 젊은 예술가를
            초청하는 ‘아트 프런티어’ 무대에 선 것이 시작입니다. 그때 마침 창작욕구가 불타오르던 때였고 그 결과로서 
            '사천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2008년 두산아트센터와 함께 작품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아마 2008년이
            완성형인 듯 싶네요. 2009년에는 전수기간을 두고 오디션으로 김소진, 이승희라는 소리꾼 후계자를 
            뽑았습니다. 이후 '사천가' 장기공연에는 저를 포함해 세 명의 소리꾼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공연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사천가'를 만들 때는 관객 반응이나 여타 효과에 대해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어떻게 하면 제게서 출발한 이야기, 그리고 연출과 드라마터그를 비롯한 팀원들의 이야기가 판소리라는
            그릇에 담겨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지에만 집중했습니다. 신작을 준비하는 지금도 작품의 시작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래서 친구와 나누고픈 이야기입니다.


장지영 
'사천가' 이후 이런 재밌는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이 많습니다. 구상하고 있는 신작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주십시오.

이자람  '사천가'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부담이 큽니다. 2년 정도 구상한 끝에 '억척가'를 준비 중입니다. 
            '억척가'는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장지영  이번에도 역시 브레히트의 작품이네요. 브레히트를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풍자와 해학 넘치는
            판소리가 브레히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브레히트처럼 판소리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풍자하고 싶은 것인가요?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의 경우 전쟁으로 자식을 잃는 억척어멈을
            통해
전쟁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데, '억척가'는 최근 연평도사건 등 남북한 문제가 들어가나요?

이자람  브레히트를 선호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이 눈에 들어왔을때에도 일부러 다른
            이야기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돌고 돌아도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기에는 이 작품이
            알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브레히트라서가 아닌데, 어쩌다보니 또 브레히트입니다. 
            판소리와 브레히트의 서사극이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브레히트가 극중 인물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말들이 제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억척가'에 연평도 사건 등 남북한 문제가 나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장지영  올해 뮤지컬 '서편제'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판소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인만큼 최고의
            캐스팅이었다는 칭찬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공연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이자람  뮤지컬을 통해 그동안 만나오던 관객과는 전혀 다른 관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배우로서는 뮤지컬 창법에 대한 부담
            말고는 편하고 즐겁게 했습니다.

 

장지영  작품이나 출연진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서편제'는 흥행 면에서 그다지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판소리는 어렵다는 대중의 선입견 때문일까요?

이자람  제가 듣고 느낀 바로는 티켓값 때문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지영  사실 '서편제'의 티켓값이 다른 창작뮤지컬에 비해 높은 것은 처음부터 얘기가 많았죠. 그래서 종반부에
            할인을 하긴 했지만 다소 늦었던 것 같습니다.
이자람  판소리는 직접 보고 들었을 때 편견이 사라지는 장르입니다. 장르의 성격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소통성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 겪기 전의 선입견이 좀 큰 편이죠. 스스로 이야기하는 게 좀 민망하지만 '서편제'의
            관객평 가운데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이 “판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재미있는지, 감동적인지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천가서편제
▲ '사천가'와 '서편제'


장지영
   그런데, 아마도이자람밴드를 만든 것은 판소리 외에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 때문인가요?  인디음악계에서
            이자람밴드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던데요.
이자람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은 없습니다. 아마도이자람밴드는 대학시절에 배우고 즐겼던 기타치며 노래하기
            에서 시작된 일종의 취미였습니다. 처음엔 휴식과 놀이였습니다만 지금은 밴드에 임하는 자세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 결과물을 사람들이 들어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스스로 엄격해졌습니다.

 

지영  재능이 많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예술 그리로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이자람  판소리가 너무나 매력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제 이야기를 판소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짧은 호흡의 노래로 만들고 싶을 땐 (밴드를 통해) 그렇게 하는 등 매 순간 자극과 충동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굳이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한다면 ‘노래하는(노래(소리)를 부르고,
            그것을 만들고, 만들기 위해 사고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지영
  최근 완창에 도전하는 이유로 자신이 소리꾼인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요. 1997년 '심청가'를
            시작으로 1999년 '춘향가', 2007년 '수궁가', 2010년 '적벽가'까지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네 편을
            완창했습니다. 마지막 작품인 '흥보가' 완창은 언제쯤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자람  배운 순서대로 하나씩 완창을 해 왔습니다. '흥보가'는 아직 배우지 않았습니다. 이제 2011년부터는
            '흥보가'를 배우고, 닦고, 준비가 되면 그때 하겠지요. 조급해하지는 않습니다.

 

장지영  그런데, 완창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판소리는 원래 전체를 다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대목'을 하는 것이라고요. 그러다가 돌아가신 박동진 선생님이 완창을 하신 이후 유행처럼
            번졌다고요. 8시간 넘게 완창을 하는 것이 소리꾼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관객에겐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요.

이자람  완창은 하나의 바디, 예를 들어 동편제 박봉술 바디 '적벽가'를 선생님께 올곧이 사사하고 그것을
            소리꾼이 농익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는 것입니다. 그만큼 완창은  소리꾼이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관객은 소리꾼이 무사히 완창을 해낼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북돋아줍니다. 현재는
            완창이 하나의 공연문화가 됐지만 근본적으로 완창은 관객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그 제자들 앞에서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관문입니다.

 

장지영  지금 자람 씨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판소리 만들기 자'에 대해 소개 좀 부탁합니다. 사실 자람씨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판소리 만들기, 자'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자람  ‘판소리 만들기 자’는 2007년 '사천가'를 만들 때 함께 했던 연출가 남인우 등 스태프와 함께 시작한
            단체입니다. 2008년부터 제가 한 공연은 모두 ‘판소리 만들기, 자’와 함께 한 것입니다. 현재는 소리꾼
            3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구요.지난해 4월 경기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사업으로 의정부예술의
            전당 상주단체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엔 '사천가'의 해외 공연 등이 워낙 많았는데, 내년엔 의정부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지영  아마도이자람밴드나 '판소리 만들기 자' 등 예술단체를 운영하다 보면 재정적 문제를 크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자람  사실 제가 단체의 운영이나 재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서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외국의 경우 예술단체의 기획이나 운영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예술가는 예술에, 기획·운영자는 기획·운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판소리 만들기 자’의 경우 그런 환경을 고민하며 시스템을 조금씩 다지고 있습니다.

 

장지영  지난 12월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분야 기부 활성화 홍보대사로 선정됐는데요. 예술분야 기부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십시오.

이자람  예술의 발전에 국가, 기업 그리고 개인의 후원은 큰 힘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천가'의 경우 정동극장이
            제게 기회를 줬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산아트센터가 제게 '사천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지원해 줬습니다. 당시 극장의 전적인 지원 아래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이후 서울아트마켓의 PAMS Choice에 뽑혀 해외에서도 공연하게 됐습니다. 두산아트센터
            같은 극장의 안목과 믿음, 그리고 지원이야말로 예술가들이 긴 호흡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극장이 많다면 한국에 정말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의정부예술의전당에 ‘판소리 만들기 자’가 상주단체로 있는데요. '사천가'의 공연횟수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것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했고, 또 그 시스템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했던 참에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저 외에 다른 소리꾼 김소진과 이승희의
            처녀작들이 현재 인큐베이팅 과정에 있습니다. 이 작품들이 훗날 제2, 제3의 '사천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지요.

 

장지영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지난해 못지 않게 바쁜 일정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자람  올해 1월 뉴욕의 APAP 초청 쇼케이스에 '사천가'가 참가합니다. 그리고 3월에는 프랑스 파리의 시립극장과
            리옹의 국립극장에서 '사천가'를 공연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은
            5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 초연될 신작 '억척가'입니다. 이 작품은 6월에 LG아트센터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그 밖에 아마도이자람밴드의 1집 정규 앨범이 8월초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나씩 집중하며 즐겁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지난 12월 세밑 이자람은 기진맥진해 있었다. 1년간 잠시도 쉬지 못한 채 달려온 탓이다. 그래서 직접 만나지 못한 채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다소 부실한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이자람은 2차례에 걸친 이메일을 통해 정성스럽고 꼼꼼한 대답을 보내왔다. 덕분에 오히려 여느 인터뷰보다 속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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