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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떻게'에 대한 설득 가능한 답 찾기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모금전략 수립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11/04/08
  • 조회수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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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투]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모금전략 수립

‘왜, 어떻게’에 대한 설득가능한 답 찾기

송추향 _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대외협력ㆍ펀드레이저

‘왜, 어떻게’에 대한 설득가능한 답 찾기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한 번의 축제를 만드는 데 최소 4억 원의 예산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절반을 모금활동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올해 축제를 위해 프린지는 기업모금에 집중하고, 사회공헌적 측면보다는 문화예술마케팅 측면에서 기업과 프린지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프린지를 지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가져가고자 한다.

이같이 프린지 재원조성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모금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장장 10개월에 걸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모금 컨설팅을 받았다. 여기에 소개할 이야기는 어떤 컨설팅을 받았고, 그것이 지금 프린지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에 관한 것으로 아쉽게도, 실제 프린지가 얼마만큼의 모금을 했는지에 대한 성공담은 아니다. 하지만, 문화예술단체의 모금활동이 조직의 존립과 직결될 만큼 시급하게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막 모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는 프린지의 움직임이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모금활동의 프로세스는 크게 설계, 실행, 사후관리의 세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이번에 프린지는 모금설계부터 전략기획안 마련까지의 단계를 밟았다. 컨설팅을 맡은 도움과나눔은 프린지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답을 좇으며 프린지는 다음과 같은 과정들을 밟아갔다.



이해 가능한 언어로 예술활동의 가치를 정리한 모금명분

“왜 프린지에 후원해야 하나요?” 이것은 모금컨설팅에서 받은 첫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는 프린지가 모금활동을 하는 데 실마리가 되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우선은 프린지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 있는 것들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 프린지가 ‘말하는’ 언어는 후원자가 ‘들을 수 있는’ 언어인가, 프린지에 후원하는 것이 얼마나 긴급한 일인가, 프린지는 어떤 것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가, 프린지에 후원하면 무엇이 어떻게 좋아지는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모금명분서 표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심사나 선정 과정 없이 예술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독립예술축제이다. 화려한 경력을 증명하거나 심사에서 선정되지 않아도 예술가는 예술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서야할 무대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로 예술가의 처음과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하는 축제. 이러한 프린지의 가치에 대해서, 중요성에 대해서, 의미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는 단 한 번도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모금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쏟아지는 다른 영역의 질문들은 우리를 참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프린지는 모금활동에 발동이 걸리는 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프린지를 처음 만든 선배들을 만나고, 함께 성장한 예술가들을 만나고, 9년차부터 1년차에 이르는 내부구성원 간에 논의를 해가면서 ‘우리는 왜 프린지에 후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갔다. 매번 준비한 답에 대해 컨설턴트에게서 “어렵다” 혹은 “재미가 없다” 혹은 “후원까지 하기엔 좀 부족하다” 등등의 피드백을 수차례 주고받으며, 우리의 결론을 후원을 요청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고쳐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금명분서’라는 형태로 이를 정리할 수 있었다.

3천여 명의 잠재기부자 발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기부표

모금컨설팅에서 받은 두 번째 질문은 “누가 프린지를 후원하는가?”였다. 프린지를 후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 이른바 ‘잠재기부자’들의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모금전략을 수립하는 첫 단추이다. 프린지의 경우, 처음엔 막연하게 ‘함께하는 예술가? 같이 축제를 만드는 자원활동가인 인디스트? 관객들?’ 정도를 떠올렸다. 당연히 충분치 않았다. 그나마도 실제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컨설팅 과정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잠재기부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참여예술가, 인디스트는 물론이고 관객들 가운데서도 티켓을 구매한 사람, 뉴스레터 수신자들, 홈페이지 가입자, 프린지를 거쳐간 이전 스태프들, 미처 정리하지 않았던 각종 행사의 방명록 및 명함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가족, 친지, 사돈의 팔촌, 그리고 프린지와 어울릴 만한 유명인사, 기업들을 꼽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약 3천여명의 잠재기부자 데이터로 기부표를 만들었다. 기부표는 모금목표액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누구에게 얼마를 요청할 것인지를 정리한 자료이다. 이를 토대로 유사한 접근전략이 필요한 그룹을 묶어 모금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기업, 고액기부자, 소액기부자와 관계맺기


모금워크숍 모습

프린지는 크게 기업, 개인고액기부자, 개인소액기부자, 정기기부자 등 네 개로 모금대상군을 설정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라는 축제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사회적 함의가 있고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점, 마니아가 많이 확보된 만큼 개인고액기부자의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고, 일시적이지만 소액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축제관련 모금상품도 개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개인후원을 늘려가는 것이 재정의 기반을 탄탄히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이 대상군 중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금활동에 주력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모금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받은 세 번째 질문은 “기업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였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과히 쉽지 않았다. 지난 14년간 프린지는 많은 기업의 후원과 협찬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동등한 파트너로, 친구로 제대로 인정하고 있었던가 하는 부분에서 슬그머니 물음표가 생겼다. 기업이 축제에 분명 도움을 주기는 하나, 자칫 프린지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는 거대한 권력이라는 생각이 있어, 경계를 하기도 했고, 후원에 대한 감사표시나 피드백을 하는 데도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던 것 같다.
프린지가 기업을 만나 무엇을 요청하고 어떤 것을 줄 수 있을지, 그 상호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합의된 원칙을 마련하고, 세부적으로 적용할 때 유연함을 발휘하는 것이 모금전략을 수립할 때 모금담당자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부분이었다.

예술단체의 모금에 대한 스스로의 납득과 준비


모금컨설팅을 위한 강의

장장 10개월의 모금컨설팅이 끝나고 난 뒤, 눈에 보이는 산출물은 우리가 누구인지, 왜 모금활동을 하려고 하는지를 정리한 ‘모금명분서’와 앞으로 모금활동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기획안’이다. 이 가시적인 결과물은 실제 모금활동을 펼치면서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가야 할 과정적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번 모금컨설팅을 통해 프린지가 얻은 성과라고 한다면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프린지와 모금활동의 연결고리 발견
문화예술단체가 모금활동을 하는 데는 장애요인이 많다. 가난과 질병 등에 비해 덜 긴급해 보이는 영역이라는 점, 예술자체가 세상과 고립되어 사회구성원들과 친숙하지 않다는 점, 기부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실제로 후원요청을 하는 예술가들이 많지 않다는 점, 심지어는 그런 활동을 부끄러워하는 문화예술단체가 많다는 점…, 꼽자면 끝이 없다. 무수한 모금이슈에도 불구하고 프린지가 후원요청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모금과 어울리는 조직일까, 하는 의문은 컨설팅 후반까지 우리를 계속 주눅 들게 만들었다.

독립예술이라는 특성이, 그 개성 강한 집단이 지향하는 바에 정직하게 다가가면 갈수록 모금활동과는 멀어지고, 우리 안의 섬처럼 고립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로 프린지를 설명해보고, 프린지의 처음을 돌이켜보고, 함께 성장한 예술가들을 만나보면서, 우리는 프린지와 모금의 연결고리들을 발견했다. 프린지가 지향하는 바에 가까워질수록 프린지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더욱 커지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응원하게 만드는 활동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모금컨설팅을 통해 얻은 첫 번째 성과이다.

프린지 모금 방향 설정과 계획마련
컨설팅 이후 프린지가 얻은 또 하나의 성과는 막연한 모금활동에의 욕구가 보다 구체화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재정구조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어떤 영역에 재원을 조성할 수 있을지 방향을 설정하고, 모금영역에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지를 논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에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하는가 등에 대한 자문을 얻었다.

모금 전담인력 배치
마지막 성과는 재원조성과 모금활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전담인력이 생긴 것이다. 컨설팅을 진행했던 지난해에도 모금을 주요업무로 맡는 내부 조직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모금과 동시에 축제를 만드는 실무자이기도 한 탓에 축제기간 즈음해서는 모금 관련 활동이 전면 중단되고 말았었다. 올해 프린지는 프로그램 기획, 홍보, 회계 업무에서 고르게 구성된 스태프들로 모금TFT를 구성했고, 모금 전담인력은 축제제작 실무에서는 별도의 역할을 맡지 않고 모금설계, 실행,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의 모금활동을 고른 호흡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모금하고 있고, 당신은 기부할 수 있다”


모금 컨설턴트와 TFT

서두에서 밝혔듯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민간영역에서의 재원조성을 위해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요청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우리는 모금활동을 하고 있고, 당신은 기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서 모금은 시작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 역시 내게는 모금활동의 일환이다. 이 글을 읽고 프린지가 모금활동을 하는 과정을 지원해주고, 지속적으로 자가성장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줄 파트너를 만난다면, 더 없이 큰 성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는 프린지가 모금활동을 통해 큰 성과를 올렸다는 내용으로 다시 한 번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동지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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